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정부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7일 이틀째 총파업을 이어간다.
파업 첫 날인 26일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2787곳 중 10.8%인 3549곳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 25일 기준으로 전국 전공의 수련기관 163곳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1만277명 중 비근무인원은 58.3%인 5995명이었다.
의협은 파업 기간 중에도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 기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현장에서는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개원의들의 파업 참여율은 높지 않지만 대형 병원 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전공의들의 상당수가 업무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으로 대형 병원들은 수술을 40% 가량 연기했고 신규 입원을 받지 않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병원들은 응급실 등 필수 기능의 운영도 축소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25일까지 정부와 사태 해결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2차 총파업을 결정했다. 이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등 행정 조치를 꺼내들면서 양측은 다시 강대강 대치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오전 8시를 기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전공의들과 전임의들에 대해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복지부는 향후 ▲수도권 수련병원 수술·분만·투석실 ▲비수도권 응급·중환자실 ▲비수도권 수술·분만·투석실 순으로 개별적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계획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명령 불이행시에는 형사별(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행정처분(1년 이하 면허정지, 금고이상 면허취소) 등의 제재가 가능하다.
정부는 이번 파업을 추진한 의사협회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행정 처분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의협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해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자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엄정한 대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원칙적 법 집행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정 총리도 "무단으로 현장을 떠난 전공의 등에게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제재 조치를 신속하게 단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파업 첫날 유튜브 인터뷰에서 "만약 업무개시명령을 법안대로 적용해서 전공의와 전임의의 한 사람이라도 행정 처분과 형사 고발을 당한다면 의협 회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가 무리한 행정 처분을 한다면 무기한 총파업을 통해 강력하게 저항하겠다"고 선언했다.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전협은 결의문을 통해 "올바른 의료로 국민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파업 유지를 결정했다"며 잘못된 의료 정책으로 국민을 속이는 정부의 행태에 결연히 저항한다"고 공언했다.
현재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육성 등 4대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의협이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파업 기간 중에도 복지부와의 실무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실무 협의에서 정부와 의료계는 파업과 정책 추진을 함께 중단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하자는 데에 공감을 이뤘다. 또 정부가 향후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데에도 논의 진전이 이뤄졌다. 정책 중단 기간과 재추진 방식 등 세부적인 문구에 대해서만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의협 관계자는 "언제든 정부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며 "대화를 통한 합리적인 해결은 의협이 계속 요청해 온 부분이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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