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정부 브리핑에서 수어 통역사가 발화자와 함께 서있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그 후 생명과 직결되는 재난 안전과 관련한 브리핑 등에 수어 통역사를 배치해달라는 꾸준한 의견 개진을 통해 점차 개선되어 가고 있다.
최근 수도권 일대의 코로나19 감염자가 급격하게 확산해 수어 통역사들이 각종 브리핑에서 분주하게 통역을 전달하느라 바쁘다. 이런 모습에 필자는 농인으로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는 자체가 기뻤다.
그런데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지난 8월 11일 세종시 교육청 대회의실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안전망 강화 방안'에 대해 브리핑했던 적이 있다. 이때 아쉽고 심기가 불편한 장면을 목격했다. 유튜브 생중계로 브리핑을 봤는데, 보건복지부 브리핑 화면과 다르게 유은혜 장관이 인사하기 전 보였던 수어 통역사 모습이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화면에서 보이지 않았다. 유은혜 장관의 얼굴만 비친 채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도저히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려면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청인과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이 동시에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정보 소외가 없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무서울 만큼 빨라 각종 정부부처에서 쏟아지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빠르게 청인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농인은 아직까지 현장감을 느낄 수 없고, 지연된 채 정보 전달을 받게 된다는 사실에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 국민을 위해 애쓰는 정부 관계자들의 노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 중의 한 사람인 '농인'도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정보는 당연히 알아야 한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각종 정부부처에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내용을 농인도 실시간으로 충분히 전달받았으면 한다.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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