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에 비상등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범 대응이 각광받으면서 71%까지 치솟핬던 지지율이 '부동산 논란'에 석 달 새 32%p 곤두박칠치는 양상에 이른바 '조국 사태'를 방불케한다는 위기감이 청와대와 여권 안팎에서 퍼지고 있다.
청와대는 14일 급락한 지지율에 "심기일전해서 당면한 수해복구, 코로나 방역, 주거 정의 실현 등을 포함한 경제 문제 등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뚜벅뚜벅 국정 현안을 챙기겠다"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이날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10개월 만에 40%대가 무너졌다. '조국 사태' 당시 취임 후 지지율 최저치를 찍었던 10월 셋째 주(긍정39%·부정53%)와 동률인 수치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결과 응답자 가운데 39%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주 대비 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전주 대비 7%포인트 급등해 53%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까지 줄었던 5월 1주차 긍정률은 71%를 찍으며 강한 국정 동력의 기반이 됐지만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직고용) 사태', '윤미향 사태',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의혹' 등 전방위적인 악재가 쏟아져 나오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잇단 하락세에는 보통 조정 국면이 오기 마련이지만, 그 와중에 터진 '부동산 이슈'는 지지율 하락 페달을 밟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6·17, 7·10, 8·4 부동산 대책과 법안 패키지라고 할 수 있는 '임대차 3법·부동산 3법'을 정부 여당이 모두 꺼내들면서 부동산 종합 대책을 선보였으나 여전히 시장에서는 집값과 임대료 상승 우려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여당 의원들의 말 실수, 청와대 다주택 고위 참모진 논란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정책 집행자의 다주택 소유에 대한 반감은 증폭되기 시작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의 집단 사표, 다주택 참모 부동산 매각 여부 등을 포함한 부동산 이슈는 두 달여 가까이 진통이 지속됐고, 이는 고스란히 지지율로 이어졌다.
올해 최고치를 찍었던 5월 1주차(71%) 때와 비교해보면 이날 집계된 지지율은 석 달 사이 32%포인트 하락한 39%였다. 또 이날 갤럽 조사에서 전월세 거주·생애 최초 주택 실수요자 비중이 큰 30대(60%→43%)와 전국에서 집값과 임대료가 가장 비싼 지역인 서울(48%→35%)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한편 지지율 급락에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위기감이 팽배하다. 그러나 문제는 현 '부동산 정국'을 돌파할 만한 변곡점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데 있다. 당시는 조 전 장관 사퇴로 일단락 매듭을 지었지만, 정책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민심을 어떻게 달래느냐에 대해서는 딱히 해법이 없다는 데 대해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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