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앞 마당 및 주차장에는 주민들을 위한 이동세탁차량과 간이식당이 설치됐다. ⓒ이대웅 기자

폭우와 함께 닥친 산사태 1주일 후, 서울 방배동 전원마을에는 집집마다 대문 앞에 빨랫대가 놓여있다. 집 안까지 들이닥친 물에 젖은 옷가지들을 말리고 있는 것이다.

“옷가지들 널어놓은 집들이면 상태가 꽤 괜찮은 것 아닌가요.” 전원마을 꼭대기에 등대처럼 위치하고 있는 등대성결교회(담임 이종연 목사) 마당에 걸터앉은 한 주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진흙더미가 온 집을 덮어 가재도구들이 구분조차 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등대성결교회가 산사태로 이처럼 큰 피해를 입은 전원마을의 ‘등대’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다. 이들의 빨래는 교회 입구 마당에 임시로 자리잡은 이동세탁차량이 해 주고 있다. 서울시와 대한적십자사가 제공한 이 차량에서는 하루종일 묵은 빨래가 돌아가고 있다. 세탁차량 옆에는 적십자사 봉사원들이 배식에 한창이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그냥 장소만 빌려주는 것 같지만, 이 자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교회로부터 물과 전기 등 각종 협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하 교육관에 마련된 임시주거지의 모습. ⓒ이대웅 기자

등대성결교회는 산사태로 마을에 피해가 생긴 직후, 구호단체들이 미처 도착하기 전부터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했다. 지금도 20여명의 주민들이 교회 지하 임시거주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각종 편의를 제공하느라 교회는 지난 7월 31일 주일예배마저 본당에서 드리지 못했을 정도라고 한다.

특히 수재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큰 재난으로 예민해져 있는 주민들과 이재민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실제로 이재민들은 카메라 플래시 등에 과민반응하며 기자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교회측은 이같은 선행에도 한사코 취재를 사양하는 등 주민들을 배려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외부에도 알리지 않아, 이날 취재도 수재민들을 돕는 교회를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조심스레 이뤄질 수 있었다.

이후 봉사단체들이 많이 이곳을 찾아 초기에 진행하던 식사 마련 등 각종 봉사활동은 이들이 맡고 있는 상태. 이같은 활동으로 인해 주민들은 헌신적인 마을 복구에 최선을 다한 군·경 장병들과 함께 교회에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집중적인 복구작업으로 마을은 현재 거의 정상을 되찾았다. 굳게 닫혔던 여러 상점들에도 쇼윈도를 정비하고 유리를 닦는 등 다시 활기가 돋고, 거리에는 토사의 흔적이 거의 사라졌다. 소독 차가 마을을 순회하는 등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전염병에 대비한 방역작업도 한창이다. ‘희망’은 버스가 아니라 이곳에 있었다.

▲등대성결교회 입구 모습. 마을 꼭대기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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