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과학기술융합대학원장 측이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주장한 새누리당 정준길 의원의 안 원장 대선 불출마 종용 의혹에 대해 여·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철수 원장 측,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이러한 범죄 사실 알고 있었는지, 공모했는지..."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4일 오전 7시57분께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의 전화를 받았다"며 "7분간 통화를 하면서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자행하고 있는 이같은 일은 차마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며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했다.
또 "안 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한치의 의혹도 있을 수 는 일이다"며 "새누리당 대선기획단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또 이러한 범죄 사실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공모 했는지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새누리당 정 공보위원이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에게 폭로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안랩(구 안철수연구소)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그와 관련해 투자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과 '안 원장이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금 변호사는 기자회견문에 "정씨는 구체적 근거는 말하지 않은 채 '그걸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 '그걸 터뜨릴 것이기 때문에 (대선에)나오면 죽는다'고 말하면서 안철수 원장에게 그 사실을 전하고 불출마하라고 여러차례에 걸쳐 협박을 했다"고 전했다.
◇ 새누리당 정준길, "친구사이의 대화를 두고 '협박, 불출마 종용'은 과장"
안 원장 측 기자회견 이후 정준길 공보위원은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무근"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정 위원은 "친구사이의 대화를 두고 협박이다, 불출마 종용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고 과장된 얘기"라며 "차 안에서 불현듯 생각이 나 전화를 했고 전화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시중에서 들은 몇 가지 얘기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 얘기를 전달할 당시는 안 원장의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였고, 앞으로 출마하게 될 때 (의혹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검증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 위원은 "일개 공보위원에 불과한 제가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거나 협박할 지위에 있지도 않고, 향후 선거과정에서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훌륭한 대통령이 임명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중에서 들은 몇 가지 얘기를 했는데 마치 뒤에 비호세력이나 조직이 있고 정치사찰을 한 것처럼 과대포장한 것은 상당히 유감"이라고 전했다.
또한 정 의원은 "사실을 과장하고, 있지 않은 부분까지 얘기하는 것이 과연 안 원장이 바라는 정치인지, 또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안 원장이 승락하고 동의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이날 "금 변호사와는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로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자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눈 절친한 친구사이"라며 평소 금 변호사를`태섭이'라고 부른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는 "20여년이 넘은 친구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서 "20여년간 가까웠던 친구 한 명을 잃었는데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저녁에 술먹고 한 얘기도 아니고, 오전 7시반에 협박할 정도라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선후보 측은 6일 안 원장 측 폭로 이후 공보단 긴급 전체회의를 열어 정준길 의원을 상대로 경위 파악에 나섰다.
이날 박근혜 후보는 전남 태풍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광주 비엔날레 개막식에 참석하는 등 지방 일정을 진행 중이었다.
박 후보는 광주 비엔날레 개막식에 참석하며 "(정 위원은) 그런 협박을 하거나 압력을 넣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닌데, 도대체 이해가 안될 뿐"이라면서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눴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 일부에서는 검찰 출신인 정 의원이 전혀 다른 분야인 '공보단'에 들어와 사고를 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상일 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안 원장에 대한 언론의 검증이 시작되자 물타기를 하기 위해 친구간 사적 통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며 안 원장 측의 정치공세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저녁에 술먹고 한 얘기도 아니고, 오전 7시반에 일부러 전화해 저렇게 협박할 정도라면 담대한 사람들"이라며 "대통령 선거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안은 새누리당의 정치공작을 위한 이명박 정권의 불법사찰로 판단된다"는 의견도 전했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 공보위원의 대선 불출마 협박' 의혹과 관련해 당 차원의 '새누리당 정치공작을 위한 이명박 정권 불법사찰 진상조사위'를 구성키로 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서 모든 의혹의 시초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후보가 정준길 공보위원을 향해서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꼬리자르기식 발언을 했다"면서 "그럼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혹시 본인 자신을 말하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의심이 간다"고 전했다.
강기정 최고위원은 "박 후보가 선대위에 임명한 33인 중 한 명인 정준길의 상대후보 협박 범죄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서 출발한 것으로 그 책임은 박 후보에게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