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8.15 광복 67주년을 맞이했다. 남북한은 67년간 분단의 아픔과 비극을 안고 살아가는 지구상의 유일한 민족이다.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비극과 아픔은 분단의 고통에 기인한다. 따라서 통일과 민족의 화해 문제는 우리 민족이 앞으로 풀어 가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필자는 지난 6월 하순에 한국에서 개최된 북한포럼과 통일심포지엄에 참석해 다양한 전문가들과 토론했다.
현재 남한 내 탈북자 수는 2만 4천여명에 이르며 탈북자 목회자도 100명이 넘는다. 탈북자 교회도 상당수 세워졌으며 통일시대를 대비해 그들을 지도자로 교육하는 기관도 생겼다. 그러나 언제 통일될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에 대한 사회학자들이나 미래학자들의 예측도 빗나 갔듯 남북통일도 그렇게 이루어질 것이다. 필자는 남한이나 이민사회가 통일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북한선교포럼과 통일심포지엄에서 논의한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북한의 적화통일전략은 변한 것이 없다. 반미 적화통일운동이라는 윈칙은 권력을 세습 받은 김정은이 권력 유지를 위해 오히려 더 강화했다.
그러나 북한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이 개혁과 개방을 통해 자본주의체제로 돌아 서면서 북한은 더욱 고립됐다. 90년대부터 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한 북한은 원하든 원치 않든 변화를 겪고 있다. 경제가 무너지면 자연히 정치, 사회와 인간관계도 변한다. 돈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특히 배급제도가 무너지면서 사람들이 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빈부격차가 생기면서 모두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됐다. 1990년까지만 해도 이윤 추구를 위한 장사를 상상할 수 없던 북한 사회였지만 지금은 장사가 보편화돼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의사나 교사도 이윤 추구에 열중해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현재 북한 경제는 중국에 70-80%를 의존한다. 남북한 무역거래는 10억-20억 달러 정도였는데 최근 한국과 거래가 중단되면서 북중거래는 50-60억 달러로 증가했다.
북한사회 저변은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외부 정보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집트 이동통신회사인 오라스콤 텔레콤이 북한의 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냈다는 사실은 북한사회의 변화를 예고한다. 한국드라마도 인기라고 한다. 2010년에 북한 시장에서 잘 팔린 상품으로 송이버섯, 꽃게, 휴대전화, 여성 반지, 돼지고기, 신라면, 생맥주, 신권에 이어 한국 드라마가 이름을 올렸다. 김정은이 인기를 얻기 위해 여성들에게 하이힐과 바지 착용을 허락한 후 여성들의 패션도 바뀌었다. 사치품의 하나로 취급되는 생수도 많이 팔려 2011년에는 품귀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택배사업도 등장해 이제는 움직이면 먹고 살수 있다는 말이 돈다고 한다. 쌀, 채소, 곡식 등 자판 장사도 유행이다. 놀이공원은 낮에는 사람들이 일하기 때문에 텅 비고 저녁에만 운영한다고 한다. 놀이공원 또는 수영장 입장권이 암매장에서 거래될 정도로 돈 있는 사람들은 여가문화를 즐긴다.
개성공단에서 간식용으로 주는 초코파이는 전부 시장으로 유출된다고 한다. 직공들의 월급이 사천원에서 육천원인데 반해 한 달 동안 받은 초코파이를 팔면 칠만 오천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성 공단에 한 사람이 취직되면 가족이 먹고 살 수 있고, 둘이 일하면 돈을 저축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상류층에서는 커피믹스가 인기다. 손님에게 대접하는 커피믹스로 만든 커피 한 잔은 부와 신분을 나타낸다. 북경 북한대사관 앞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것이 한국산 커피믹스라고 한다. 북한 주민들이 소니보다 삼성을 선호하며 USB도 인기라고 한다. 한국드라마를 유통하는 조직적인 유통망도 있다고 한다.
집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 사병을 찾으러 분대장이 신의주 근처에 갔더가 오하려 사병과 가족에게 설득되어 단동으로 탈북했다는 이야기는 북한사회의 무질서와 변화를 말해준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에 8억 달러가 드는데 북한정부는 백성은 굶어 죽어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다. 북한은 돈벌이를 위해 수 만 명의 인력을 중국에 파견하기로 중국과 협약했다.
해방 70주년을 기념해 온민족의 소원인 통일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전략을 세워 가야 할 때다. 이 일을 위해 교회가 앞장 서서 대비해야 한다. 외형적 통일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남북한 사람 간의 긴밀한 통합은 새로운 세대가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