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대급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짜기 위해 역시 역대 최대 규모로 기정예산 '수술'을 벌이기로 했다. 고속도로·철도 사업을 미루고 복지·국방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다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잘려나가면서 경기부양 효과가 다소 반감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제3회 추경안의 총 규모는 35조3000억원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의 67% 수준인 23조8000억원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다. 나머지 11조5000억원 중 10조1000억원은 본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당장 집행할 필요가 없거나 할 수 없는 사업 예산들을 잘라내 추경으로 전용하는 것이다.

10조1000억원은 역대 지출 구조조정 규모 가운데 단연 최대 규모다. 정부는 앞서 2차 추경 당시에도 공무원 인건비 삭감, 전투기 도입 사업 연기 등으로 8조8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벌인 바 있다. 이를 합치면 올해 19조원 수준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셈이다.

세출사업 삭감은 3조9000억원이 이뤄진다. 집행·투자 시기와 규모를 조정해 3조7000억원을 아끼는 한편 중앙부처들이 쓰는 업무추진비·특수활동비 등 6개 경상경비와 보조·출연기관 운영경비의 하반기 소요분 중 10% 수준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SOC 분야에서 고속도로·철도·공항 건설사업의 연차별 투자계획을 변경해 3937억원을 확보한다. 고속도로 사업이 2000억원, 철도에서 1454억원, 공항에서 493억원씩 각각 잘려나갔다. 항만사업 공사비도 489억원 줄었다.

또 민자도로 토지보상비의 민간 선투자 전환 등으로 1006억원을 절감하게 됐다.

복지분야에서는 8000억원 감액이 이뤄졌다. 산업 분야에서는 중소기업모태조합출자를 2000억원 감액한다. 국방 분야에서는 방위력 개선사업의 계약 일정 조정에 따라 1470억원을 절감하고, 훈련장·행정시설 등 공사·유지관리비를 조정해 855억원을 확보하는 등 총 3000억원의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교육 분야에서는 고졸취업자장려금 예산(-368억원), 유아교육비보육료지원 불용 예산액(-416억원), 대학·특수학교 시설 공사비(-331억원) 등 총 3000억원을 깎기로 했다.

이외에도 도쿄올림픽 개최연기에 따라 메달 포상금, 현지 훈련비용 등을 깎아 100억원을 확보한다.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신규 예탁도 1조2000억원 줄인다. 또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교부세도 4조1000억원 줄인다.

그밖에도 산업재해(4000억원), 신용보증(2500억원). 농지관리(500억원), 장애인고용(500억원), 주택신용보증(300억원) 등 8개 기금의 재원을 활용해 93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렇게 큰 규모의 기정 예산 구조조정을 단행한 건 3차 추경으로 인해 불어나는 국채 발행 규모를 그나마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나랏빚은 최대한 적게 내면서 코로나19 여파로 기왕 쓰지 못하게 된 사업들을 정리해 필요한 곳으로 돌리겠다는 셈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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