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경찰이야 할 일을 한 거지만 시민들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범인이 흉기 휘두르는 걸 보면서도 떼로 달려들더라니까요."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서 일어난 칼부림 난동을 약간 떨어진 곳에서 목격했다는 직장인 백모(34)씨는 23일 자신이 본 광경을 묘사하면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용기에 혀를 내둘렀다.
거리에 비명이 난무하고 부상자들이 피를 흘리며 아스팔트 위에 쓰러지는 광란의 상황 속에서도 흉기를 든 범인을 피해 도망가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가로막고 뒤를 쫓는 이들이 있었다.
행인 4~5명은 범인 김씨가 처음 흉기를 휘두른 직후부터 약속이나 한 듯 김씨를 체포(?)하기 위해 두 팔을 벌리고 그의 앞을 막았다.
당황한 듯 방향을 바꿔 포위망을 뚫은 김씨가 쓰러져 있던 전 직장동료 조모(31·여)씨를 한차례 더 찌르고 다시 흉기를 휘두르려는 순간, 명지대 무예과 이각수(51) 교수가 김씨의 가슴을 발로 걷어차 김씨가 나뒹굴었다.
이 교수가 아니었다면 김씨의 계속되는 칼부림에 조씨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한 시민이 흉기에 팔을 찔린 안모(32.여)씨를 보고 황급히 속옷을 벗어 안씨의 팔을 묶어 지혈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이각수, 김정기, 계진성 씨 등 실명을 거명하며 "피의자를 검거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찰은 이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사례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각수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 같이 운동한 사람마저 도망가면 많은 시민이 다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만약 경찰이 보상을 해준다면 다친 분들 치료비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