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만든 주범, 여성만 50여 명 피해 줬다 진술
2015년 7월부터 범행… 디지털 분석 증거로 자백 받아내
경찰이 파악한 텔레그램 n번방 최초 개설자 일명 '갓갓' 문형욱에게 피해를 당한 여성 10명 모두 미성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지방경찰청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문형욱에게 성착취 피해를 당한 피해자 10명 모두 미성년자이다"며 "경찰 조사에서 문형욱은 피해여성이 50여명이 달한다고 자백했다"고 밝혔다.
문형욱은 성착취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주빈(24)이 운영한 '박사방' 등 성착취물 공유 대화방의 시초 격인 n번방을 처음 개설한 인물이다.
경찰은 문형욱에게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 배포, 아동복지법 위반, 형법상 강요·협박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여가부 산하)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내사에 착수, 국제공조 등 모든 수사기법을 동원해 문형욱을 추적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4월 문형욱을 특정하고 지난 9일 소환해 10시간 가량 조사를 벌였다.
조사를 받던 중 문형욱은 "성착취물을 다운받은 적은 있지만 자신은 '갓갓'이 아니며 성착취물을 제작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장기간 수집·분석한 디지털 증거를 토대로 추궁하자 문형욱은 조사 6시간만에 "내가 갓갓이다"고 자백했고 긴급 체포돼 구속됐다.
문형욱이 자백을 하게된 직접적인 원인은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폰이다.
문형욱은 자신이 절대 잡히지 않을 것이라도 확신했다. '박사' 조주빈이 검거됐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뒤 소지하고 있던 디지털 증거를 초기화하거나 증거를 파기·인멸했다.
경북경찰청 김희중 제1부장은 "문형욱의 휴대폰은 지난 4월 중순께 수색을 통해 확보했다"며 "문형욱이 경찰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판단해 자백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형욱이 제작한 동영상 및 사진 등은 모두 3000여개이다. 이 영상들에 나 온 피해 여성은 36명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문형욱이 게재한 텔레그램 방은 1번방부터 8번방까지, 쓰레기방 등 12개이다.
경찰은 문형욱이 2015년 7월부터 유사한 범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에 대한 수사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문형욱은 '박사' 조주빈과는 달리 범죄 수익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문형욱은 1번방 개설 당시 입장료(1인당 1만원씩)를 문화상품권으로 받았다. 그 이후 개설된 방에서는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입장료로 받은 문화상품권은 피해자에게 주기도 했다.
김희중 제1부장은 "피해자에 문화상품권을 주면 말을 잘 들을 것 같고 경찰 신고도 하지 않을거 같아 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쓰면 추적을 당할 거 같아서 피해자에게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9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줬다고 했지만 경찰은 정확하게 49만원을 준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문형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2018년 12월 대구에서 발생한 여고생 성폭행 사건을 자신이 지시한 것이라고 자백하기도 했다.
대구 여고생 성폭행 사건은 A(29)씨가 성명불상자의 지시를 받고 SNS를 통해 만난 17세 여성을 대형마트 주차장, 모텔 등에서 성폭행하고 그 영상을 촬영한 사건이다.
문형욱은 당시 SNS에서 만난 A씨에게 "17세 여자를 만날 생각이 있느냐. 내 노예인데 스킨십은 다해도 된다"고 제안했다.
A씨의 범행 장면은 영상으로 촬영돼 문형욱에게 보내졌다. A씨는 B양 가족의 고소로 경찰에 붙잡혔다.
문형욱은 대구 여고생 성폭행 피해자 어머니를 협박하기도 했다.
문형욱은 A씨가 성폭행을 저지른 뒤 B양의 어머니가 이를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메시지를 보내 협박했다.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린 문형욱은 B양 어머니를 직접 만나진 않았다.
김 제1부장은 "문형욱은 범죄수익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범행동기는 성적취향에 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형욱의 검찰 송치 시점이 잡히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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