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제안한 것에 대해 정부는 17일 단호한 대응 입장을 밝히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벌어진 일본측의 반발에 대해 정부는 사실상 무대응 했지만, 일본의 ICJ 카드는 우리 주권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 행위란 점에서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이 50년만에 다시 ICJ카드를 꺼낸 것을 "과거(도발)와 다른 새로운 차원"(정부 당국자)으로 보는 등 정부 내에서는 대체적으로 일본의 ICJ제소 제안을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날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의 제안 계획 등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하며 "일본의 여하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안호영 1차관 주재로 내부 회의를 하고 일본의 ICJ제소 발표시 대응 방향을 검토했다.
한국이 ICJ 제소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1965년 한일간 교환각서에 따른 조정 절차를 밟겠다는 일본의 `엄포'에 대해서도 정부는 조정 절차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상대적으로 확전 입장을 피하는 대응에 나섰던 정부의 대일 외교기조가 일본의 ICJ 제소 제안 이후 바뀔지도 관심이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관련 발언에 대한 일본측의 반발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외교는 외교대로 가는 것"이란 분리대응 기조에 따라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해왔다.
일단 정부는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양국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게 바람직하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이날 거듭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소동을 일으킨 것이 아니다"면서 "일본도 같은 인식에 입각해서 양국관계를 발전시키는 길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입장은 독도 방문 이후 조성된 한일 긴장관계를 `관리'하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날 "개별 사안이 터지더라도 양국관계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관리하는 게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일본의 ICJ제소 제안을 일축하면서도 대변인 성명 등이 아닌 논평으로 대응 수위를 조절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애초 대변인 논평보다 급이 높은 성명을 발표하려고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이 져야 할 것"이라는 등의 문구도 청와대 등과의 조율 과정에서 막판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이 우리 정부의 ICJ제소 제안에 이어 분쟁해결 조약상의 조정절차 이행을 촉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이에 맞물려 국내의 반일 감정이 격화될 경우 정부의 대응 수위는 현재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만약 일본이 `ICJ 제소카드'에 이어 기존과 다른 방식의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정부의 대응기조 자체가 아예 완전히 강경하게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