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발생한 경기도 이천 화재참사 현장에서 다른 건물로 잠깐 이동했다가 목숨을 건진 목격자 이모(46)씨는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유도등도, 창문도 없는 그 건물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냐"며 "안전관리자나 불꽃 작업하면서 화기 관리하는 사람도 없는 공사현장이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30일 오후 3시 경기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 인근에 마련된 유족 휴게시설 모가체육관에서 만난 이씨는 격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단열 작업을 했던 이씨는 불이 나기 직전 잠깐 다른 건물로 이동해 화를 피했다.
하지만 이씨와 같이 일했던 다른 동료 2명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1시55분께 시공사 ㈜건우 L대표이사와 임원 등이 유족들에게 사죄하기 위해 모가체육관을 찾았을 당시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씨는 "도대체 저 사람들이 뭘 해준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살려달라고 부르짖는데 불(유도등)도 꺼져 버리고, 내 동생(동료)들 다 죽였다. 자기들 직원은 안 죽었다고 하는 말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대책도, 아무것도 없다"며 화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동료들이랑 오전부터 일하다 잠깐 옆 동에 다른 작업자를 만나러 갔다. 그런데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며 "안전관리자도 없었다. 안전관리자나 불꽃 작업하면서 화기 관리하는 사람도 없는 공사현장이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이어 "건설 현장에도 전기가 차단되더라도 켜지는 유도등 정도는 돼 있다. 그런데 유도등 하나 없는 곳에서, 불이 꺼진 상태에 지하에 있던 근로자들이 빠져나오기 힘들다"며 "냉동창고라 창문도 없어 더 어두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업체 측에서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아침부터 많은 인원을 출근시켰다. 그러다 보니 화재 발생 당시 명단이 없어 더 혼선이 빚어졌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담당하는 사람들이 안에 몇 명 있는지도 모르니까 헛소리만 했다. 내 동생들이 안에 있다고 했는데 듣지도 않고 안에 남은 사람이 12명이라고 했다. 사람이 많다고 처음부터 제대로 알렸으면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지 않았겠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문 앞까지 나온 사람들이 죽어서 실려 가는 모습을 봤다"며 비참했던 당시 상황을 말했다.
이씨는 "우레탄 자재를 쌓아놓은 용기가 터지면서 안에 폭발도 있었고, 도장 업체도 있었으니까 건물에 시너가 있었을 것이고, 패널에까지 불이 붙고, 바람 불고 하면서 유독가스가 많이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화재로 숨진 동료들을 생각하며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는 "10년지기 동생이 빠져나오지 못했고, 신원 확인조차 못 했다.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신혼인데, 신원 확인이 안 돼서 얼굴조차 못 봤다. 또 다른 친구는 스물 여섯 젊은 나이에 화를 당했다"며 슬픈 마음을 드러냈다.
불은 전날 오후 1시30분께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물류창고 공사장 지하 2층에서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5시간 만인 오후 6시42분께 불을 껐다.
이날 불로 현장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이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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