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상대와 대화를 주고받는 것,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것, 취업해서 직장에 다니는 것 등 비장애인에게 평범한 일상이 장애인에겐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런 장애인들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꿈을 꾸도록 하는 곳이 있다. "일이 먼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보였습니다." 사단법인 성민원 이사장 권태진 목사(군포제일교회 담임)는 장애인과 그를 둘러싼 가족, 지역사회, 직원 모두가 사랑으로 하나 될 때 온전한 장애인 복지를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실현시키고자 2012년 7월 안양시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박용구)을 안양시로부터 수탁했다. 장애인이 존재 자체로 우리 사회 안에서 존중받고 사랑받으며 비전을 품고, 장애인 가족과 기관 종사자가 하나 되어 진정한 행복을 만들어가는 안양시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을 소개한다.

안양시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
안양시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 개관 24주년 기념행사 장애인 나들이 ©안양시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
사단법인 성민원이 복지관을 수탁할 당시 복지관은 시와의 관계, 법인과의 관계, 관장과 직원과의 관계, 노조와 비노조의 관계 등 다양한 집단의 이해와 협력관계가 뒤엉켜 있었다. 성민원의 사람 사랑은 이때 빛을 발했다. 성민원 이사장 권태진 목사는 수탁법인의 교체로 장애인과 가족, 직원 모두가 갈등하지 않도록 사랑으로 품었다. 관장을 제외한 직원을 한 사람도 교체하지 않고 '우리 함께 가요'라는 슬로건 아래 모두 다 함께 가기로 뜻을 정했다. 그러자 상충하던 이해관계와 갈등도 하나씩 풀려나갔다. 서로를 배려하는 분위기가 정착하자 노조의 방어적인 태도도 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직원이 복지관과 자신의 변화를 글로 남기기도 했다.
"성민원이 안양시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을 수탁받던 날, 권태진 이사장 목사님께서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성민원 식구가 되었으니 꼭 잘 붙어있으세요.'라고 하셨던 말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조용히 손을 잡아주시면서 기도해주시고, '두려워 마십시오. 성민원과 함께합시다. 하나님의 보호 아래 잘 될 것입니다.'라며 믿음을 주신 이사장 목사님의 따뜻한 손길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후에도 이사장님은 복지관을 자주 방문하시고, 만날 때마다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복지관은 뭔가 다르지요. 한국에서 제일가는 최고의 장애인복지관으로 만들어봅시다.'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직원들을 격려하셨습니다. 목사님의 끊임없는 격려와 관심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고, 또 참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심을 할 때도 있었지만 나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사랑으로 하나 되는 장애인, 가족, 직원

장애인 복지는 장애인 당사자와 그를 돌보는 모든 주체가 사랑으로 하나 될 때 효과가 배가 된다. 장애인과 부모, 직원 모두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모두가 행복한 장애인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복지관은 장애인의 복지향상을 위해 보호자와의 소통을 강조한다. 장애인만큼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부모다. 그래서 이용자를 비롯한 가족들의 작은 의견과 소리에도 귀 기울인다. 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는 것은 복지관의 중요한 운영철학 중 하나다. 매월 정기적인 '부모회'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사안이라도 이용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내 집처럼 편안하고 안전하도록

복지관은 개관한지 25년이 다 되어간다. 건물의 노후는 장애인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하지만 복지관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안전하고 편안한 시설을 자랑한다. 박용구 관장은 복지관의 곳곳을 살피며 노후된 곳, 보수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바로 기능보강공사를 실시했다. 복지관 수탁 이후 지하주차장 배수로 보수, 강당 난간 보강, 45인승 장애인 리프트 차량 구입, 화장실 출입구 자동문 교체, 보도블록 교체, 차량 도로포장, 외부 주차장 확장, 본관 출입구 캐노피 설치 등이 이뤄졌다. 장애인들이 복지관을 통해 영혼과 육체가 모두 평안할 수 있도록 사업과 프로그램 구상뿐 아니라 시설과 환경을 안전하고 산뜻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마음껏 뛰고 꿈을 펼쳐라

복지관은 수탁 후부터 지금까지 장애인이 복지관에 와서 마음껏 뛰어놀고 꿈을 찾고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특화 사업을 진행한다. 신체적 제약이 그들의 삶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사업과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의 폭을 넓혀준다.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자신도 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꿈을 찾아 나선다.

복지관은 2015년, 개관 20주년을 맞이해 '그린나래 패션쇼'를 기획했다. 패션쇼는 장애인과 가족, 직원들에게 복지관의 역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힌다. 패션쇼는 장애인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기획했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 모델 에이전시, 기업 등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았다. 패션쇼에 지원한 장애인들 중 오디션을 거쳐 모델로 선정 후, 많은 시간 훈련하여 전문 모델과 함께 패션쇼 무대를 꾸몄다. "너는 안 돼, 나는 못해"라는 생각을 바꿨고, 장애인들은 용기를 내어 모델로서 각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평생 부모님의 보호를 받고 살아가던 발달장애인이 어머니를 지키고 싶다는 꿈을 꿨다. 그리고 슈트를 입은 보디가드로 변신해 런웨이를 걸어 나왔다. 발달장애인의 꿈을 이루어주는 순간이었다. 그날만큼은 비장애인과 장애인 구분 없이 하나 된 사회의 모습이었다.

장애인에게 복지관은 그야말로 마음껏 날갯짓하며 꿈을 펼칠 수 있는 현장이다. 복지관의 장애인들은 복지관 1층에 위치한 카페 '예그리나'에서도 꿈을 이루고 있다. 일자리 사업을 통해 바스리타 교육을 받은 장애인들이 전문 바리스타로서 복지관 카페를 책임지고 있다. 2019년도에는 '뮤지컬 교실'을 개설했다. 매주 꾸준한 연습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이 노래, 춤, 연기 세 가지 영역을 섭렵하며 12월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복지관의 정보화 교육을 통해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한 장애인도 있다. "저도 나중에 저와 같은 많은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장애를 가졌지만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어 무척 기쁘고 앞으로 많은 기회가 주어져 작은 힘이나마 국가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의 부모는 치료와 보호 속에서 변화를 느낀다고 말한다. "두 형제를 주간보호센터로 보내면서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보는 시간이었어요. 주간보호센터는 낮 시간 보호를 하는 곳이지만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며 장애인 둘을 키우는 부모로서 많은 도움이 되었고 특히 두 아들이 이곳을 이용하며 조금씩 변화되어가고 성장하면서 진보된 모습을 보며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이외에도 복지관은 장애·비장애 청소년 통합프로그램 함께 걷기, 숲 체험, 특수체육 프로그램, 한마음 축구단, 옥상정원, 장애인 택시 나들이 등 외부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기획하고 있다. 장애인들과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제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는 장애인도 있어 직원들도 긴장을 많이 해야 하고, 한 사람도 다치지 않도록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복지관은 장애인들이 실내에서 벗어나서 마음껏 뛰고 즐기며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과 가족 그리고 직원 모두 하나 되어 함께 가는 복지관, 안양시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이 되고 행복이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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