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옥중서신'을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옥중서신을 통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의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 드린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유일한 입으로 알려진 유영하 변호사는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메시지를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먼저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 19'의 국내 확진자가 수 천 명이나 되고, 30여 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히고, "특히 대구, 경북 지역에서 4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앞으로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부디 잘 견디어 이겨내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저는, 지난 2006년 테러를 당한 이후 저의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고 그 삶은 이 나라에 바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고, "비록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여정은 멈추었지만 북한의 핵 위협과 우방국들과의 관계 악화는 나라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에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걱정이 많았다"며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하여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를 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염려도 있었다"고 말하고, "또한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야할 거대 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는 목소리들도 많았다"며 "하지만 저의 말 한마디가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침묵을 택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나라 장래가 염려되어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국민들의 한숨과 눈물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며 "진심으로 송구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국민 여러분,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있고 국민들의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하였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하고, "나라가 매우 어렵다"며 "서로 간의 차이가 있을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의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전 대통령은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말하고,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세울 수 있다"며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는 메시지를 발표한 뒤 만난 기자들에게 "오늘 (박 전 대통령) 접견을 가서 대표님께서 자필로 쓰신 것을 교도소 정식 절차를 밟아 우편으로 받았다"며 실제 박 전 대통령의 자필과 교도관 날인이 찍힌 종이를 보여줬다.
이어 "대통령께서 쓴 것을 반출하는 절차가 교도소에 있다. 반출 절차를 통해 제가 정식으로 사무실에서 수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많은 고심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최종 의견 발표가 있다고 결정하신 것은 오늘 접견에서 결정했다"며 "대통령 말씀이 있으셨기 때문에 저도 제 진로에 대해 대통령 뜻을 쫓아 따르겠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의 입당 의사에 대해 묻자 "미래통합당이든 미래한국당이든 대통령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유 변호사 출마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자 "제 개인 문제는 그 정도로 하시죠"라고 답을 피했다.
당과 상의하는지 등에는 "그런 생각 없다. 진로에 대해 말씀드리고 허락이나 양해 구할 부분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며 "당과 상의하거나 사전에 그런 것 없다"고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발표 시점이 오늘인 것에는 어떤 계기가 있는지 묻자 "쭉 생각하셨던 것 같다. 특별히 어떤 시점을 선택하신 건 아닌 것으로 안다"며 "결정하셔서 작성하셨기 때문에 오늘 발표하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의 근황에 대해서는 "여러분들 아시다시피 왼쪽 어깨를 수술하셨는데 재활 과정을 거쳤지만 아직 원활하진 않다"며 "오른쪽 어깨도 상당히 고통스러워 하신다. 건강상태가 좋다고는 말씀 못 드린다"고 했다.
일명 태극기 세력이 자유공화당으로 합당한 소식도 알고 있는지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 뜻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해도 되는지에 대해 "제가 답변드릴 수 없는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어떤 특정한 분들의 합당을 염두하고 혹은 그분들의 창당을 염두하고 메시지를 작성하신 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메시지가 상당히 오랜기간을 통해 대통령께서 다듬고 다듬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선을 긋는 것인지 묻자 "대통령 말씀 보시면 이해 가능하다고 본다. 해석하는 것은 제 권한 밖이다"라고 했다.
이승주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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