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여당에서는 일부 야당과 합해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든다고 한다. 이는 현행 검찰이 가지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이 기구에 이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높인다는 것이 취지이다.
얼핏 보기에는 권력자들의 비리와 범죄 행위를 막는 특별한 기구이니,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대부분의 국민들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 사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법과 제도를 악용하여 자신들의 비리와 범죄를 행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보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제도를 두려는 시도는 현 정부뿐 만이 아니다. 1996년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가 ‘부패방지법’을 주장하였고, 김대중 정부 시절과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시도된 것이다. 그리고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권에서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들어가 있던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 제도가 국민을 위한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반대한다. 국민의 기본권 실현과는 무관한, 대통령을 위한 권력기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위헌의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특정 권력기관이 가진 권력이 너무 비대하여 권력 간에 균형을 잃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권력쏠림’으로 오히려 부정과 부패가 나타나며, 심지어 독재까지 가능하게 되어, 민주주의 실현에 저해가 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입법, 행정, 사법부로 나뉘어져, 서로 간에 권력을 나누고 견제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지금도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이 주어져 있다. 권력의 실세들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만큼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국무총리,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가인권위원장 등이다.
그 외에도 대통령은 대법관, 헌법재판관, 행정부 장/차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핵심고위직, 공공기관 임원 등을 포함하여 수천 명을 임명한다. 여기에 공수처가 독립기관이면서도, 그 장(長)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것이다.
공수처 관할에 해당하는 고위 공직자는 7,000여명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중에 판사 3,228명, 검사 2,397명, 고위 경찰 112명, 군 장성 420명 등이 포함되어 그들에게는 공수처가 공포의 대상이 되며, 결국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그야말로 ‘권력쏠림’을 더해주게 되는 셈이 되는 것은 아닌가?
또 하나는 현행 헌법상 범죄 수사와 기소의 총책임자를 검찰총장으로 두고 있는데, 검찰총장보다 상위에 두는 수사기관은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공수처는 ‘우선적 관할권’이 있기 때문에, 고위직에 대하여 검찰/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도 공수처가 이양 받을 수 있게 된다.
거기에다 공수처 위원을 민변 등 특정 집단에 주게 되면, 다른 정파를 탄압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아무리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이 있어도, 헌법을 파괴하는 경우라면, 이는 곤란하다.
그리고 법 앞에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라고 하여도 현행법이 있고 수사기관이 엄연히 있는데, 이들에게는 특별한 수사기관을 통해서 수사를 받게 하고, 기소를 하는 것은, 오히려 ‘법의 평등’과 ‘법의 정의’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법은 중국의 국가감찰위원회의 법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다. 왜 우리가 공산주의 국가의 법체계를 모방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공수처에 대한 견제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만 더해준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므로 정부 여당은 검찰 개혁이나 고위 공직자 범죄를 막는다는 취지에 앞서, 이 제도가 어떤 의미와 방향과 목표를 잡았는지를 점검하고, 솔직히 감찰정치를 통해서, 권력 유지와 정국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면, 조용히 내려놓아야 한다.
국민들은 공포 정치나, 폭압적 정치를 원하지 않는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을 역사적 교훈을 통하여 알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은 나누어지고, 서로 간에 견제를 통하여 균형을 맞춰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비대해진 행정부와 대통령의 권한으로 인하여, 국가가 경직된 상태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공수처를 통한 행정부의 권력 강화와 집중보다, 오히려 권력을 내려놓는, 근본적이고 국가 미래를 위한 개혁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권력에 권력을 더하고, 위헌적 요소를 가진 공수처를 신설하여 다툼과 분열을 야기 시키고, 국민의 기본권을 손상시키는 것은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에, 재고하고 또 재고해 봄이 옳다고 본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