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NCCK 신학위원회는 15일 오후 7시 감신대 웨슬리 1관에서 기획강연으로 ‘식민주의와 에큐메니즘-한·일 갈등의 시대에 탈식민주의 신학을 생각 한다’를 준비했다. 이날 강연자로 영국 버밍엄 대학교 수기타라자(Rasiah S. Sugirtharajah) 교수를 초청했다. 수기타라자 교수는 컬럼비아대 가야트리 스피박(Gayatri Chakravorty Spivak)과 함께 탈식민주의 분야의 유수 석학으로 손꼽히고 있다.
통역을 맡은 양권석 박사는 “탈식민주의를 고찰해, 피해자 인식에서 벗어나 한·일 간 연대를 생각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 출신인 수기 타라자 교수는 “최근 윤동주 시에 드러난 성서적 사상을 통해, 일본의 제국주의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서양이나 동양이나 제국주의적 폐해는 똑같다”라며 “제국은 수탈 민족에게 역사 전체를 잊으라고 강요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역사만이 아닌 수탈 민족의 언어를 탈색하고, 제국의 언어로 통일화 시키려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그는 “영국이 인도를 지배했던 것”처럼, “일본 제국주의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국주의의 핵심은 피부색 등을 기준으로 우월과 열등을 가르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그가 말한 피부색은 백인·흑인이다. 이처럼 그는 “일본 제국주의 또한 위생을 도구로 한국에 대한 우월성을 강조했다”면서 “가령, ‘비위생적인 조선 민족을 건강하게 해 주겠다’는 명목이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또 수기 타라자 교수는 “제국의 사유방식 중 해악은 바로 이분법적 사고”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그는 “피부, 위생 등의 요소로 민족의 우월성과 열등함을 가르는 생각”이라며 “이는 ‘분리주의에 기인 한다”고 지적했다.
수기 타라자 교수에 따르면, 제국주의는 민족의 우월성을 구축하기 위해, 단일 민족론을 주창한다. 이에 그는 “단일민족은 신화”라며 “역사가 서로 섞여온 것처럼, 민족은 상호 관계성속에 서로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에드워즈 사이드(Edward Said) 교수의 ‘제국주의와 역사’를 빌려 “모든 역사는 연결돼 있고, 서구와 동양, 일본과 한국 사이의 역사와 얘기는 모두 뒤섞여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그는 “1857년 인도는 영국에 패배했지만, 당시 인도와 영국 군대는 서로의 민족이 뒤섞여 있었다”고 진술했다. 때문에 그는 “순수한 민족 전쟁은 아니란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그는 과거 영토적 제국은 사라지고 있지만, 새로운 제국의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바로 디지털 제국이다. 그는 “지금은 경계 없는 제국이 등장하고 있다”며 “이는 디지털 제국 소위 실리콘 밸리 등”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대표적인 제국의 장치로는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아마존, 애플 등’이 있다.
이어 그는 “과거 제국주의는 물리적 점령을 통한 전쟁”이라면 “현재는 새로운 제국의 통치가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즉 그는 “현재 제국의 침탈은 땅이나 오일을 가지고 한 상황은 아니”라며 “가장 큰 자원은 빅 데이터”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신용 카드 한번 긁을 때 돈을 많이 쓸 자유를 얻는 것 같지만, 이 속에는 제국의 통제가 숨어있다”고 꼬집었다. 이를테면 “빅 데이터에 고객의 취향 등을 담아, 24시간 디지털 세상 속에서 당신은 감시 받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여 그는 “과거의 제국은 군대, 관료 등을 통해 지배했지만, 지금은 금융을 통해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다국적 기업은 자연 환경을 구축한다는 명목으로 공원을 아마존, 동남아 등지에 조성 한다”며 “이 과정에서 원주민을 쫓아내는 불상사도 벌어 졌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연 환경을 우리가 구해야 한다는 오만한 발상도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새로운 제국의 통치는 자유시장, 인권, 민주주의 등을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그는 기독교의 제국주의적 요소로 ‘선교’를 제시했다. 그는 “선교는 토착민에 대한 간섭을 포함하고 있다”며 “개종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한, 이는 또 다른 의미의 제국주의”라고 주장했다.
가령 그는 C. S Lewis를 빌려 “제일 나쁜 학정은 희생자들을 위해,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선교라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온 사람은 자기 신념으로 토착민에게 개종을 강요 한다”면 “이는 고통을 줄 뿐 아니라, 선교사가 이를 좋은 의도라고 생각하는 한 더욱 험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기독교는 제국주의적 요소와 호혜적 관계에 놓일 수 있음도 말했다. 그는 “성경 66권이 만들어진 과정은 교황이 통일된 통치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아타나시우스는 동·서 교회를 만족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경을 골랐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그는 “대부분 기독교 신학은 유럽 제국주의가 태동한 19세기와 맞물려 있다”고 밝혔다. 예로 그는 “역사적 예수 연구도 제국주의적 침략이 활발한 19세기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누군가를 복속시킬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선민사상에 기인 한다”며 “이러한 기초는 성서가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여 그는 “기독교 신학이 성서의 개념 중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선민사상을 강조 한다”면 “기독교는 제국주의적 요소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경계했다.
끝으로 그는 “확실한 사실은 제국은 언제나 끝이 있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가령 그는 “트럼프, 아베 등에게 나쁜 뉴스지만, 우리에게는 굿 뉴스”라고 덧붙였다. 뒤이은 주제 강연에는 김승태 소장(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박은영 교수(성균관대), 최형묵 목사(한국민중신학회 회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