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일부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을 위한 한국행 강행 등 일본의 연이은 '독도 도발'에 우리 정부가 강력 대응하며 한일 관계가 냉랭해지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2일 독도를 일본 땅으로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방위백서를 발간할 예정이어서 양국관계의 냉각이 불가피하다.
<그래픽> 일 자민당 의원 한국 입국 불허 상황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울릉도 방문을 강행하려는 일본 자민당 중의원의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와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참의원의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의원이 1일 오전 11시10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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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중의원 의원과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참의원 의원 등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은 1일 오전 8시55분 하네다발 김포공항행 전일본공수(ANA) 비행기 편으로 출국, 오전 11시10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독도 영유권 문제를 쟁점화하려는 의도 아래 울릉도 방문을 예고했던 이들은 우리 정부의 입국 금지 방침에도 이날 김포행 항공기에 탑승했다.
이에 정부는 당초 일본 측에 통보한 대로 이들 의원이 김포공항에 도착한 즉시 출입국관리법 11조를 적용해 입국을 불허했다.
이들은 입국심사대로 향하며 입국 절차를 밟으려 했지만 법무부 출입국사무소 관계자들이 입국심사대에 도착하기 전 송환대기실로 이들을 안내해 입국 금지 방침을 설명했다.
이에 일본 의원들은 우리 정부의 입국 불허 사유에 불만을 표시하고 상세한 설명을 요구하며 9시간 동안 대기실에 머물며 출국을 거부했다.
당초 일본 의원들은 비행기에서 내린 뒤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으며 "일본 대표의 입국을 금지한다면 외교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오전 8시 55분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출국 전에도 이들은 "소란을 피우려 가는 것이 아닌데도 한국 정부가 입국을 막는다면 외교문제가 될 것"이라고 같은 주장을 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사진 맨 왼쪽 콧수염 난 이) 참의원(상원) 의원,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가운데),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여성) 중의원(하원) 의원 등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이 1일 오전 하네다공항에서 한국과 일본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일본의원들은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하며 "우리가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무슨 근거로 한국 국경안전을 위협한다고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방한 목적을 들어나보고 판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방문 의원 중 신도 의원은 지방공무원 출신의 4선 중의원으로 울릉도 방문을 주도한 자민당 '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의 위원장 대리를 맡는 등 자민당 내에서도 보수 강경파에 속하는 인물이다.
신도 의원과 함께 입국을 시도한 두 의원도 일본의 식민지배 책임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 등 우익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의원은 결국 이날 오후 8시께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우리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가 실행된 직후 주한 일본대사관의 가네하라 노부카쓰(兼原信克) 총괄공사를 통해 유선상으로 정부 당국자에게 항의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앞서 이들의 울릉도행 계획에 깊숙이 관여했던 일본 다쿠쇼쿠(拓殖)대 시모조 마사오(下條正男) 교수는 지난 31일 오후 9시30분 인천공항을 통해 몰래 들어오려다 입국심사대에서 적발돼 1일 오전 1시40분 일본으로 되돌아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2일 각의를 통해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담은 방위백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방위백서에는 지난 2005년 이후 독도 관련 기술을 그대로 답습해 "일본 고유의 영토인 북방영토 및 독도의 영토문제가 여전히 미해결인 상태로 존재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방위백서가 발표될 경우 예년의 대응수위에 따라 주한 일본대사관 정무참사관을 초치해 엄중한 항의입장을 표명하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담은 구상서(외교공한)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외교부 당국자 명의의 논평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앞으로 고위급 인사의 독도방문과 국회 독도특위 12일 개최, 독도시설물 공사진행상황 공개, 독도해양과학기지 조기착공 등의 고강도 대응방안을 본격 검토할 방침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한일관계는 급속히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양국 간 고위급 인사교류부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 추진은 현재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이밖에 북핵문제와 6자회담 재개 등 동북아 안보현안에 대한 공조 과정이 껄끄러워질 소지가 있고 한·중·일 협력사업이나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방면에 걸쳐 한일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 논리에 따라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문제를 너무 예민하게 취급함으로써 해당 의원들의 입지만 키워주고 우리나라가 실효 지배중인 독도 문제를 국제적 논란거리로 부각시켜 결과적으로 외교적 손해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대한항공기의 독도 시범비행에 반발해 지난달 14일 공무원들에게 대한항공 이용 자제령을 내린 데 이어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시도도 사실상 용인하는 행보를 통해 독도를 국제분쟁지로 고착화하고 자국내 보수층의 여론도 무마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독도 문제를 언급할지 여부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우익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기도와 맞물려 어떤 식으로든 언급하지 않겠느냐는 시각과 함께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이재오 특임장관이 지난달 31일 "일본 의원들이 물러갈 때까지 있겠다"면서 3박4일 일정으로 울릉도·독도를 방문했으며, 2일 울릉도에서 열리는 '일본 독도도발 울릉군민 규탄대회'에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참석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규탄대회에 이어 오는 5일 독도 서도에서 열리는 주민숙소 준공식에 참석하고 독도를 자국 영토로 규정하는 일본 방위백서 발표에 맞서 경북도의 수호 의지를 밝히는 성명을 발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