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장로교(PCUSA)가 제220회 총회에서 338대 308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결혼의 정의(定義)를 지켜냈다. 지난 제219회 총회에서 동성애 성직자와 직분자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PCUSA는, 이번 총회에 결혼의 정의를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결합”에서 “두 사람”으로 바꾸자는 헌의안이 올라와 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총회는 6월 30일부터 7월 7일(현지 시간)까지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에서 총대들은 교단의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성향과 배치되는 Dream Act를 지지하기로 결의하는 등 다양한 이슈가 있었지만, 역시나 최고의 이슈는 결혼의 정의였다. 이 문제에 대해 장장 4시간의 격론이 오고 갔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원영호 목사(남가주하와이대회장, 사진 왼쪽)는 “하나님께서 여전히 PCUSA를 사랑하고 이끌고 계심을 체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동성결혼 문제로 내부 갈등을 겪어오던 PCUSA가 이번에 결혼의 정의까지 수정했다면 소속 교회들의 대거 탈퇴 등 여러 위기에 봉착했을 것”이라 전망하면서 “이번에 보수주의자들이 결집해 이를 지켜냈다”고 평했다.
그는 총회에서 “이 교단이 언더우드 선교사를 파송해 한국에 복음을 전해 주었고 이제 우리가 이 땅에 이민을 왔다. 그런데 우리는 선교사들로부터 교회가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배웠지, 교회가 세상을 따라가야 한다고 배우지 않았다”고 특별발언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는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PCUSA에 절망하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이번 총회에서 오히려 희망을 봤다”며 “교단의 정체성에 위기를 느낀 절대다수의 보수세력이 결집했다”고 전했다.
한편 강일준 목사(한미노회장, 사진 오른쪽)는 PCUSA가 최근 동성애 직분자 안수를 허용한 이후 산하 교회들의 교단 탈퇴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이번에 결혼의 정의를 지켜낸 것처럼 많은 교회들이 오히려 교단에 남아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함을 통해 교단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주의자들이 떠날 경우, 결국 교단은 자유주의로 흘러 버릴 수밖에 없다”며 “떠나지 말고 싸워 이기자”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한미노회 소속 목회자들은 이번 총회 결과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으며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 한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원 목사 역시 “목회자들이 이번 총회 결과를 놓고 심기일전해 다음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평신도 가운데에는 여전히 교단의 동성애 정책을 우려하는 분들이 있다”고 운을 뗀 후 “그러나 미국이 동성결혼을 인정한다고 시민권을 포기하겠는가? 오히려 그 시민권으로 끝까지 싸워야 하지 않는가? 우리도 교단에 남아 교단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역시 보수주의자들의 힘이 확인됐다. 결혼의 정의 변경과 관련해 선(先)투표 결과 28대 24로 불리했지만 결국 최종 투표에서는 이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올해 부총회장에 당선된 타라 맥케이브 목사는 타인의 동성결혼식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사임 압박을 받고 결국 당선 3일 만에 사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성결혼 지지자들은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주에 있는 성직자들은 동성결혼을 주례할 수 있도록 하라며 교단을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