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로빈슨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sky news 유튜브 영상 캡쳐

[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영국 무슬림들의 아동 성폭행 재판을 보도한 혐의로 2018년 5월 구속 수감됐다, 원심파기로 풀려났던 영국 토미 로빈슨(Tommy Robinson)이 다시 9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2018년 당시 로빈슨은 법원으로부터 13개월 형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보석 석방됐다.

CNN 11일자 보도(현지시각)에 따르면, 영국 고등법원은 토미 로빈슨이 영국 그루밍 갱 사건(grooming gang) 재판을 페이스 북에 실시간 보도한 것은 법정 모독죄라는 이유에서 9개월 형을 언도했다.

이에 토미 로빈슨은 “그루밍 갱에 관한 사건은 영국에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미 알려진 사실을 얘기 했고, 언론보도금지 규약을 어길 만한 위법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지난 2018년 영국 법원은 토미 로빈슨이 무슬림 강간 사건으로 알려진 그루밍 갱 재판을 취재하자, 치안방해와 법정 모독죄로 구속 수감했다. 이 때 법원은 변호인 없이 즉결 심판을 내린 절차상 하자 때문에, 원심 파기로 토미 로빈슨을 석방했다.

당시 판사는 구금 직후 약 4일간 언론에 함구령을 내렸다. 5월 26일 미국 폭스(Fox) 뉴스의 보도 이후 영국 언론인들의 항의로, 이 사건의 보도금지명령은 해제됐다. 그럼에도 법원은 언론의 세부적 보도를 금지하는 명령을 유지해 논란이 일었다.

영국 법정모독죄는 법정에서 인정한 증거 외, 다른 정보가 평결에 영향을 미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진행 중인 형사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제한하고 있는 제도다.

토미 로빈슨은 당시 BBC 기자들과 함께 그루밍 갱으로 지목된 피의자들에게 법원 안으로 들어가기 전, 보도 관례상의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같은 취재를 했던 타 매체 기자들은 기소되지 않았고, 오직 토미 로빈슨만 변호사 선임권리 없이 구속수감 명령을 받았다.

토미 로빈슨은 2009년부터 그루밍 갱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사촌이 그루밍 갱 사건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영국 경찰의 소극적 대응이 발단이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피해자들의 증언과 그루밍 갱의 재판을 담은 동영상 등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나 2017년 영국 소녀를 집단 강간한 4명의 무슬림들에 대한 재판을 취재하다가, 영국 검찰로부터 법정모독죄로 기소 받았다.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2018년 영국 검찰은 또 다시 무슬림 강간사건 재판을 취재했다는 이유로 토미 로빈슨을 기소했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사용했던 매체 플랫폼인 페이스북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지난 2019년 4월 18일자 CNN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 회장 마크 주커버그는 “토미 로빈슨의 영상이 이슬람 혐오를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영상을 삭제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반(反) 이슬람 혐오 정서 때문에, 정작 무슬림의 범죄를 알리는 진실이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상식적인 행태를 일으켜도, 인종차별이라는 명분으로 무슬림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이에 영국 사법 당국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플리즈 렛미 고 토미 로빈슨
©goodreads.com 출처

가명을 쓴 케이틀린 스펜서(Caitlin Spencer)라는 피해 여성은 책 ‘플리즈 렛미고(Please, Let Me Go)’를 통해, 그루밍 갱의 피해를 낱낱이 고백했다. 2017년 영국에서 출판된 이 책은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다 줬다.

이 책에서 케이틀린 스펜서는 15년 동안 무슬림의 그루밍 갱으로 성폭행 당해, 낙태 7번, 유산 2번, 출산 2번을 겪었다. 케이틀린 스펜서는 “기소된 가해자는 없었으며, 경찰은 단지 철없는 십대소녀가 철들면 집에 돌아올 것이라는 소극적 주의를 부모에게 줬을 뿐”이라고 이 책에서 술회했다.

영국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 2018년 2월 20일자 기사는 '1997-2013년까지 로더럼 시 그루밍 사건에서 가해자의 80%가 파키스탄 무슬림들이었고, 피해자들 대부분은 가출한 10대 백인 소녀들이었다'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무슬림 강간 사건으로 불리는 그루밍 갱은 25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영국 로더럼시에서 시작된 사건으로 알려지고 있다. 3%의 파키스탄 무슬림들이 거주하고 있는 이 도시에서 무슬림들은 성매매 조직폭력단을 구성해, 십대의 가난한 백인 소녀들을 성폭행하는 행태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인디펜던트 그루밍 갱 로더럼 시
영국 인디펜던트 2월 20일자 ©영국 인디펜던트 캡쳐

2018년 3월 18일 인디펜던트에서, Ella Hill의 가명을 쓴 그루밍 피해자의 증언도 앞선 주장에 무게를 더했다. 그는 “로더럼 시의 그루밍 갱 피해자”라고 밝히며, “나는 무슬림이 아니란 이유로, 그들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무슬림들은 나와 내 가족을 죽일 것이라고 협박했다”면서 “이 때문에 1년 간 감히 탈출을 감행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탈출하면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외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인터넷에 반(反) 이슬람 혐오주의자들과 극좌파들은 무슬림들의 이러한 행태를 비판하면, '나치(Nazis)'라며 공격적 비난을 쏟아낸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그루밍 갱을 겪었던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루밍 갱을 저지른 무슬림들을 보호 한다 해서,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다른 테러리스트들처럼, 그들은 종교적 신념으로 그들의 범죄를 정당화하려 했다”고 술회했다.

특히 그는 “영국 내 반(反) 무슬림 혐오 정서는 무슬림들에 의한 그루밍 갱 사건을 만연시킬 우려가 있다”며 “젊은 무슬림 청년들을 더욱 근본주의, 그루밍 갱, 테러리즘으로 쏠리게 할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대부분의 내가 알고 있는 그루밍 갱 생존자들은 반(反) 무슬림 혐오 주장을 비난하지만, 그렇다고 영국 방어연맹 시위(English Defence League)에 우호적이지도 않다”고 밝혔다. 영국 방어연맹은 토미 로빈슨이 창설한 당이다

 토미 로빈슨
©영국 선데이지

한편 영국 선데이 아시아판은 이 사건에 아시아라는 이름을 붙여 이슬람과 연관 없는 사건으로 희석시키려는 보도를 했다. 무슬림에 대한 혐오 정서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영국에서는 “이슬람은 소수자이기에, 이것을 문제시 하면 인종차별자라고 매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 몫 더했다. 영국 사법 당국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반해 '이슬람 혐오자'란 주홍글씨가 '무슬림의 범죄를 알리는 일'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일었다.

미국 기독교 언론 크리스천 포스트 또한 2018년 10월 23일자 기사에서 '10대 백인 소녀 사라는 15년 동안 그루밍 갱으로 감금당해, 성적으로 착취당한 사실'을 보도했다. 영국 의회 의원인 Baroness Caroline Cox는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한 사라를 위해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는가”라며 “사법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남길 악 영향을 생각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사라는 그루밍 갱에서 탈출 한 후 “나는 경찰에게 도움을 간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무슬림들의 범죄 사실에 대한 증거를 여전히 은닉하려 했다고 크리스천 포스트는 보도했다.

영국 기독교 법률가회 회장인 Andrea Williams 변호사 또한 “사라가 도움을 간청함에도, 영국은 그루밍 갱의 피해자인 이 어린 소녀를 돕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안이한 영국 사법당국을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번 토미 로빈슨의 유죄 판결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 특히 무슬림은 소수자이기에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나칠 때, 자칫 무슬림의 범죄를 밝혀야 할 표현마저 침범할 수 있다는 우려다.

CNN 11일자 보도에서도, 토미 로빈슨을 극우주의자라 명명함과 더불어, 뒤에 반 이슬람주의자라고 이름 붙였다. 이는 이슬람 반대를 마치 극우주의로 낙인찍어 비상식으로 매도하려는 면을 보이는 것이다. 문제는 무슬림들이 이슬람 교리에 따라 비상식적 행태를 보일 때, 이에 대한 비판도 차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종차별은 주의해야 하지만, 인종주의를 벗겨 법의 상식안에서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라도 표현의 자유는 얼마든지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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