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8일 오후 1시 반에 열린 낙태죄 헌재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정책토론회가 있기 전, 발제자로 참석한 한경대 법대 신동일 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국회의원회관 휴게실에서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Q: 4월 11일 형법 낙태죄 269조 및 270조 헌법 불합치 판결 내려졌습니다. 헌법 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소감은?
A: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에 대해서 개인이 의견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러나 형법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 결정의 논리나 법 이론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근대 법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고, 법리 오해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요점만 말하면 헌법재판소의 논증은 매우 예외적인 전제에서만 타당할 수 있는 주장이며, 이전의 동법원의 견해와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그런 결과 사법부가 지켜야 하는 법적안정성도 훼손시킬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다른 법률과 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론으로 보입니다.
Q: 직후 4월 15일 이정미 의원이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성대 법대 김천수 교수는 형법 낙태죄를 모자보건법으로 이관시키는 것을 문제제기 했는데, 발생되는 문제에 대해 보충 설명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이정미 의원의 법률안은 제가 언급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정미 법률안은 단지 여러가지 가능한 법률안의 하나에 불과하므로 특별한 의미를 부과하기 어렵습니다. 법률안은 기존의 여성주의자들의 의견을 담고 있을 뿐이므로 향후 입법과정에서 토론을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론적으로 논의될 요소들이 많아서 논의 여지가 많습니다.
김천수 교수의 견해는 학술적 논증 이라기보다는 개인적 의견에 불과합니다. 법률신문 기고 내용을 토대로 판단컨대 의견은 사안을 이론적으로 분석한 결론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김천수 교수는 형법전공자가 아니므로 형벌 규정을 모자보건법에 두는 것과 일반 형법에 두는 것의 미세한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어 보입니다.
형법 이론으로 볼 때 처벌 규정을 특별법에 두느냐 아니면 일반 형법에 포함시키느냐는 중요한 차이를 만들지 않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법체계의 정형성에서 해당 처벌 규정이 기능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느냐를 검토해야 합니다. 일반 형법에 규정을 둘 때도 현실적인 처벌이 안 되었던 것으로 보면 유익한 주장은 아닌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이정미 의원은 임신 14주 이내 초기 낙태 허용을 암시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주신다면?
A: 이정미 의원의 주장이나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포함된 의견은 법적인 구속력이 전혀 없는 "단순 의견"에 불과합니다. 헌법재판소법 제75조에 헌법소원 결정의 일반 기속력을 정하고 있지만, 이를 입법부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소위 신사협정으로 각 기관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따랐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4주냐 22주냐의 문제는 향후 입법에서 의료전문가의 관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과학적 사태입니다.
극단적으로 입법부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거부하고 초기 낙태를 금지하는 법률안을 제출하여도 현재 법제도상으로는 이를 금지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결정과 판결에 대한 기속력을 상호 거부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부분적으로 불복한 정부 입법도 존재합니다.
Q: 낙태죄를 형법으로 규율한 형법 269조 및 270조 조항이 있어야 할 이유?
A: 269조는 자기낙태, 270조는 의사 등의 승낙에 의한 조력낙태를 금지합니다. 두 조항은 별개의 규정입니다. 헌법재판소 결정 에서 오류로 보이는 내용은 두 행위를 필요적인 공범관계로 이해한 것입니다. 형법적으로 볼 때 자기낙태의 모든 경우가 의사 등의 조력낙태로만 이루어지지 않는 한 두 행위는 필요적이지 않습니다.
의사와 관련 없는 자기 낙태행위가 존재하는 경우 필요적인 관계가 아니라서 대향범(2인 이상의 행위자가 서로 대립방향의 행위를 통하여 동일목표를 실현하는 범죄로 뇌물 공여를 예로 들 수 있다)으로 취급될 수 없습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현재 재판관들 중 형법이론에 능통한 분이 안 계셔서 비롯된 소박한 오해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2015년에도 대향범 개념을 부정한 바 있습니다.
결국 소원이 제기된 270조 제1항은 헌법불합치로 무효로 되지만 독립적인 269조까지 이 결정으로 무효로 될 것인가는 논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향후 입법에서 270조 제1항만 무효화시킨 채로 진행될 수 있는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270조 제1항만 제거한 입법은 법 균형상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형법이론가들의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합니다.
Q: 현재 이 조항이 헌법 불합치 난 상황에서, 낙태를 방지하기 위한 모자보건법 개정 혹은 법 개정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요?
A: 모자보건법은 관련 규정이며, 헌법재판소와 이정미 의원 안에서만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자보건법 제14조는 매우 낙후된 규정입니다. 개정은 필요하며, 입법을 합리적으로 준비한다면 보다 현명한 모자보건법의 개정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낙태행위와 관련된 규정은 모자보건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이나 보건복지관련 법률, 그리고 일부 형법과 교욱 관련 법 등이 다양하게 함께 개정되어야 합니다. 법은 하나 규정이 문제되지 않고, 다양한 법률관계에서 그 효력이 결정 됩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A: 그동안 낙태죄의 존폐는 정치적으로 토론되어 정작 형법 이론적으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애매모호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기회에 순수 법 이론적인 검토와 산부인과의학이나 보건복지학의 전문적인 검토가 과학적으로 개진되어 합리적 제안들이 편향되지 않게 제안되길 기대합니다. 원칙적으로 태아 생명은 존중되어야 하며, 그와 함께 이 문제가 가지고 있는 복잡한 법현상도 새롭게 검토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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