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현 정부 실세들을 겨냥하는 검찰 수사가 대선자금을 파헤치는 데까지 나아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수사의 초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두언(55) 새누리당 의원의 개인비리에 맞춰져 있지만, 금품수수 시기와 등장인물의 면면에 비춰 대선자금 문제로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선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이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시점과 관련이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07년부터 작년까지 임 회장과 김찬경(56·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합계 6억원 안팎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7년은 17대 대선이 치러졌던 해다.
특히 정두언 의원이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직후 임 회장을 이 전 의원에게 소개해준 시기가 대선자금 모금이 한창이던 때와 묘하게 일치하고 있다.
정 의원도 2007년 초 알게 된 임 회장으로부터 그해 하반기에서 이듬해 사이에 1억원 안팎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이 대선자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임 회장 등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았고, 그 돈 중 일부가 대선 캠프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여기다 이 전 의원에게 김찬경 회장을 소개해준 인물이 이명박 캠프의 핵심 원로그룹 '6인회' 멤버 중 한 명인 김덕룡(71) 전 한나라당 의원으로 알려진 점도 이들의 커넥션이 대선자금 모금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의혹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대선자금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아 보인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두 거물 정치인이 대가성이 있는 부정한 돈을 받았느냐, 그 대가로 저축은행에 유리하게 영향력을 행사해줬느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대선자금으로의 유입 여부 등 자금의 용처는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을 사법처리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 굳이 서두를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등 야권에서 `대선자금을 전면적으로 수사하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 검찰로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민주통합당 강기정 최고위원은 4일 "저축은행 비리자금 수수 시기가 2007년 전후로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선자금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며 검찰을 압박했다.
이해찬 대표도 박지원 원내대표의 수사 사실을 거론하며 "대선자금에 대해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가 마무리되더라도 대선자금 수사 여부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계속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