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을 중심으로 임신 후기 낙태를 포함해 낙태를 전면적으로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낙태 합법화가 더 강화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부 주에서 공화당을 중심으로 성폭행 낙태까지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낙태가 합법화됐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낙태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앨라배마주는 15일 저녁(현지시간) 주지사 서명으로 성폭행 피해로 인한 낙태까지 불허하는 초강력 낙태 금지법이 최종 통과됐다. 미국에서 가장 강도가 높은 낙태 금지 법안이다.
이 법안은 앞서 앨라배마주 하원에서 올해 초 통과된 이후 지난 14일에는 상원에서도 찬성 25, 반대 6으로 압도적 찬성 속에 통과됐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낙태 시술을 한 것이 적발된 의사는 1급 중범죄(Class A felony)자가 되는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낙태 시술을 시도하려다 적발될 경우에도 3급 중범죄(Class A felony)자가 된다.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의 피해자에게도 예외가 허용되지 않는다. 낙태가 허용되는 유일한 경우는, 산모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험을 받는 경우다.
케이 아이비(Kay Ivey) 주지사는 성폭행과 근친상간 피해자도 출산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모든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다"고 답했다.
이번 법안 통과로 법안에 반대하는 이들과의 치열한 법정 싸움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아이비 주지사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는 어떤 대가라도 지불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비 주지사는 "미국 연방대법원으로 가는 일이 있더라도 돈 때문에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억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이 앨리배마주에서 마련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미주리 주에서도 앨라배마주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역시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주리주 상원은 16일 오전 임신 8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주 상원은 전날부터 제퍼슨시티 의사당에서 계속된 법안 토의 이후 광범위한 낙태 금지를 규정한 법안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찬성 24 대 반대 10이었다.
이 법안은 임신 8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며, 이를 어기고 낙태 수술을 강행한 의사에게 징역 5년에서 최고 징역 15년까지 구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앨라배마주와 달리 임신 8주를 넘긴 임산부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다.
이 법안은 앞으로 하원 투표와 주지사 서명을 거쳐야 발효하지만, 미주리주는 주 하원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고, 마이크 파슨 주지사도 공화당 소속이어서 무난하게 통과가 예상된다.
파슨 주지사는 "이 법안은 미주리주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낙태 반대(pro-life) 주 가운데 하나가 될 기회를 부여한다"면서 법안의 상원 통과를 환영했다.
파슨 주지사는 보수 성향이 강화된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 선택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를 설파한 것으로 알려진 강력한 반 낙태 성향의 주지사다.
파슨 주지사는 표결을 앞두고 주 의원들에게 법안에 대해 행동을 취하라고도 촉구했다.
미주리주의 임신 8주 낙태 금지는 앞서 통과된 조지아주의 심장박동법보다는 기한을 늦춰 잡았다. 심장박동법은 태아의 심장 박동이 인지되는 통상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한다.
현재 조지아주 외에 켄터키, 미시시피, 오하이오 등이 심장박동을 근거로 한 낙태금지법을 마련했다.
미국 내에서 낙태 금지를 입법화하는 주(州)가 늘어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낙태 찬반 논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