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후보 경선캠프가 출범하자마자 경제민주화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와 원내사령탑인 이한구 원내대표가 전날 경제민주화를 놓고 대립각을 세운 게 불을 댕겼다.
경제민주화라는 거대 화두를 놓고 `서막이 올랐다'는게 정치권의 시각들이다.
새누리당 의원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3일 공개한 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1천명 대상)에서는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응답자가 79%에 달했다.
대선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당내에서 경제민주화는 여전히 모호한 개념이다. 어떤 분야에 적용할 지, 12월 대선전에서 어떤 공약이 가능한지를 놓고 갈피조차 못 잡는 상태다.
한 당직자는 "우리끼리 의견정리도 안됐다"고 말했다.
한 친박 인사는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위원장이 어느 시점에서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경제통 의원들 사이에는 `재벌개혁'이 키워드이다.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부활, 금산분리정책 강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보완,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근절, 재벌세 도입, 경제범죄 총수의 경영권 제한 도입 등 대기업에 `메스'를 가하는 정책들이 나열된 상태다.
그러나 경제통인 강석훈 의원은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모든 것을 기업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며 대기업의 담합근절,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대기업 대주주의 횡포억제 등으로 폭을 좁혔다.
논의 자체가 백가쟁명식인데다, 재계의 반발까지 감안했을 때 공약화가 어느 부문에서 이뤄질지 예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경제민주화가 반드시 재벌해체ㆍ재벌개혁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이날 통화에서 "재벌을 규율로써 행동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어떻게 개혁하고 해체하겠는가"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재벌해체, 재벌개혁에 자꾸 초점이 맞춰지는데 대해 "경제민주화가 황당무계한 것처럼 만들기 위해 쓰는 작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비대위원은 나아가 국민 생활과 직결된 다른 경제분야에서 공약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국민이 생활 속에서 절실하게 느끼는 것들과 관련돼야 한다"면서 "예컨대 의료보험제도가 실질적으로 잘 되고 있는지, 개선책이 필요하지 않은지 등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개념 논쟁보다는 정책적 선택의 문제가 될 것이라는 시사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 앞에 놓인 장애물들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김 전 위원이 경선캠프를 중심으로 경제민주화의 속도를 높이는 것과, 이를 원내지도부가 정책화시키는 과정에서 호흡이 잘 맞을 지가 관건이다.
정책위부의장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과 대선후보 캠프가 서로 헐뜯고 폄하한다면 당에 마이너스"라며 "어제 모 인사가 경제민주화 관련돼 우리 당 지도부를 공격ㆍ비난한 것은 적절치 않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이름으로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럽발 경제위기에 따른 장기침체 우려가 상황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해진 의원은 "경제민주화가 방향은 맞지만 자칫 포퓰리즘으로 흐르지는 않을까"라며 "국가 경제력이 위축되거나 외형이 축소되고 분배구조가 왜곡돼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서 봤듯 경제가 위축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