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사회 선생님 왈 "7번 학생 일어나, ‘천부인권’에 대해 좀 말해봐“ 7번 학생 왈 ”모릅니다“ 선생님 왈 ”몰라? 앞으로 나와, 매 좀 맞자“
체벌이 허용됐던 2000년대 중반까지, 대한민국 공교육의 풍경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체벌이 금지됐지만 “여전히 천부인권이란 개념을 지식의 원리로 가르치고, 삶과 앎이 분리된 공교육”을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 정책학 교수는 지적했다. ‘우리사회는 공동체인가? 경제, 복지, 교육에 대한 공동체적 접근’이란 제목으로 종로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18일 오후 3시에 열린 평화포럼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한반도평화연구원(원장 김덕룡 박사)이 주최한 행사이다.
첫 번째 발제자로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 정책학 교수가 나섰다. 그는 “고등학교 담임을 맡았을 때, 수능점수 비관으로 자살했던 한 아이로 인해, 교육 시민 운동가로 전향했던” 사연을 고백하면서, “한국교육의 문제는 수능만이 유일한 평가 잣대라는 점”을 꼬집었다. 이어 그는 “SKY(서연고) 입시만이 한국교육의 목적이 되면서, 시민적 삶과 행복을 가르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즉 그는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치환해, 함께 짊어가는 공동체적 교육의 부재”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의 원인에 대해, 그는 “가치 중심의 교육보다, 경쟁 위주의 교육”을 뽑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승자독식 구조, 즉 '능력을 가진 사람이 모든 걸 차지하는‘ 가치관이 팽배했다”며 “이런 가치관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이런 교육으로 시민들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악순환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를 추동한 요인으로, 그는 “중앙집권적 교육 시스템”을 들었다. 먼저 그는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했더니, 입시경쟁에서 부작용 곧 부정부패 문제가 발생됐다”며 “하여 교육을 국가가 주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자, 그는 “교육과정은 획일화 됐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야구장 예화를 들며, “대한민국은 교육에 있어 불신이 팽배한 사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구장에서 한 사람이 일어나면, 뒤에 있는 사람들도 동시에 일어나 결국 모두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한국 교육에 빗대었다. 이처럼 그는 “모두가 신뢰하면 최고의 결과를 낳지만, 불신하면 차악 또는 차선 밖에는 도출되지 못할 것”이라 지적했다. 그의 말에 따라 "입시 위주의 경쟁때문에, 내 아이가 뒤쳐질 까봐", 이런 공동체적 가치 중심의 교육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물론 그는 “승자독식 가치관이 한국 근대 사회를 발전시킨 면이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미래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승자독식 가치관에 기초한 입시 경쟁"에서 벗어나야함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능력이 과연 순수한 개인의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부모의 계층 배경이 크게 작용함”을 역설했다.
가령 그는 “100만원, 500만원 소득 계층에서, 고소득층일수록 수능을 잘 보게 되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다양성에 입각한 입시 전형”을 주문했다. 이어 그는 “오리, 닭, 펭귄, 거북이가 있다면, 그들 각각의 고유성을 고려한 해야 한다”며 “근데 현 입시 전형은 ‘다 같이 한 나무에 올라 갈 것’을 요구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그는 “이런 평가기준으로 불이익에 놓인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적 패러다임”을 촉구했다. 다시 말해, 그는 “공부를 못한다면 그들에게 ‘공부 안 해서, 노력을 안 해서 문제’라고 원인을 단순화하는 게” 아니라 “그 아이가 자신의 고유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그는 “이런 가치관을 추동하는 수능 중심의 국가 주도형 교육 시스템”에서 “공동체 중심의 혁신 학교 모델”로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른바 "교육에 대한 공동체적 접근"을 말한 셈이다.
결국 논의를 확장해, 그는 ‘국가 주도형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과 ‘대안교육 공동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제도권 교육이 현장의 분위기와 학생들에 깊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료 중심의 ‘위에서 아래로’, 중앙 집권적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그는 "교육 과정의 다양성보다 획일화를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그는 “고위 관료 중심의 교육은 자칫 이해관계에 포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학생, 교육자, 지자체, 교육 당국 간 교육에 대한 단일한 비전이 부재하다”며 “교육문제에 대한 합의가 없기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다”고 했다. 하여 그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와대 참모진에 의해 교육 방향이 설정되는 문제”를 꼬집으며, “무엇보다 합의된 관점이 없는 상황에서, 국가 주도형 교육 시스템은 여론에 쉽게 휘둘리기 쉽다”고 전했다. 여기에 그는 “청와대 참모진의 교육철학 부재도 한 몫 했음”을 비판했다. 나아가 그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교육부 장관이 교체되면서, 일관된 교육정책의 부재”도 지적 했다.
이를 위해, 그는 “변방의 대안학교, 혁신 학교의 자발성”을 주목했다. 그는 “대부분의 대안학교, 혁신학교들은 폐교직전 학부모, 지역 주민 등 교육 주체들이 학교를 살려보자는 노력으로 태어났다”고 밝혔다. 여기서 그는 “교육 주체들의 자발성”에 초점을 맞추며, “학교를 살려보자는 주체들이 협력해, 이를 교육청이 포착함으로 현재 정권 교육 공약에 반영된 것”이라 밝혔다. 이른바 “위에서 아래로 중앙집권적 내리막 교육 시스템이 아니”라며 “교육 주체들이 자발적 협력으로, 아래서 위로 올라간 교육 모델”이라고 그는 역설했다. 수평적 협력으로 세워진 대안·혁신 학교들에서, '교육에 대한 공동체적 접근'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이 대목에서 김성천 교수는 “대안·혁신 학교에는 1류 2류가 없다”며 “경쟁이 아닌 다 같이 동등함을 전제로 협력을 중시하고 있으며, 이 지점에서 지역 공동체 까지 참여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즉 그는 “학교가 고립된 섬이 아닌 지자체와 협력함으로, 아이들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교육 공동체 상(像)”을 주목 한 것이다.
물론 그는 “혁신 학교의 현실적 고민과 한계는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주체적 공동체, 지역의 공동체 등 대안학교가 설립과정에서 공동체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교육 단위들이 주체로서 협동하고, 자발적 의사과정을 통해 아래서 위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민주시민의 협동과 공동체적 가치를 학교 교육의 원리로 끌어 들였다”고 그는 평가했다. 따라서 그는 “학교는 이런 민주적 의사결정을 배우는 학습 공동체가 돼야”함을 주문했다. 변방에 있는 대안·혁신 학교를 전면 부각시킬 수는 없겠지만, 이런 공동체적 가치를 현재 제도권 교육에 이식 하자는 게 그의 주장인 셈이다.
계속해서 김성천 교수는 현 교육 시스템을 보완할 대안학교의 공동체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과학고, 외고, 공립고 간 네트워크 교육 공동체 개념이 희박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만일 공립학교에 스페인어 가르치는 선생이 없다면, 주변 과학고, 외고에서 인적 지원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며 “현 교육 상황에서는 꿈 같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지역 사회가 교육과정을 개방하고 공유하는 모델”을 제안하면서, “이런 교육 시스템이 뿌리내리면, SKY(서·연·고) 명문대 입시 패러다임은 중요치 않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학교가 단순히 학생, 선생님만 있는 공간”에서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복합공간의 변환”을 제시하면서, “해당 교과목을 가르치는 선생이 없다면 지역 공동체에서 자문을 구하는 형태”를 제안했다. 하여 “지역 공동체가 더불어 아이들 교육에 참여하는 교육 공동체”를 재차 역설했다. 이 지점에서 그는 “기존 공교육 제도권 안에서 문제아를 그저 퇴학시키기만 했던 응보적 패러다임”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아이가 그럴 수밖에 없던 배경과 상황을 충분히 듣고, 점진적으로 고쳐가는 방식”도 가능함을 전했다. 공동체, 협력, 자발성이 내포된 교육 공동체의 강점인 셈이다.
끝으로 그는 “변방에서 대안교육 공동체는 나름 교육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판도를 뒤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한계를 말했다. 다만 그는 “여전히 명문대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을 고수할 것인지, 명문대 안가도 새로운 삶이 있을 것이란 교육을 모색할 것인지”의 갈림길에서 “대한민국은 합의점을 찾아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토론자로 오디세이아 학교 교사 겸 기윤실 공동대표 정병오 교사가 나섰다. 그는 “현 한국 교육은 여러 명이 100점이면 의미 없다”며 “오직 남을 이겨야지만 의미가 창출되는 교육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남이 실수하고, 남을 이겨야 내가 사는 교육 구조”라면서 “이는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데 방해 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런 교육 패러다임 속에서, 상류층들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해 공부 열심히 한 게 무슨 잘못’이라고 항의 한다”며 “나아가 이들은 ‘왜 지금 와서 남을 위해서 살라고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게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라고 그는 전했다. 이유로 그는 “대한민국 1,000년의 유교 전통에서 기인했음”을 주장했다. 이어 그는 “유교는 공동체성을 강조하지만, 실은 과거 시험을 통해서 양반들을 선별 했다”며 “이미 선발과 배제의 패러다임이 뿌리내린 것”이라 지적했다. 즉 그는 “애초부터 어떤 사람을 배제하기 위한 패러다임”이라며 ”이게 지금 현 교육에 암묵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희망을 내비쳤다. 그는 “구한말 외국의 기독교 선교사들이 학교를 세우면서, 한국의 민주시민 교육이 첫 발을 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만규의 조선교육사의 한 대목을 빌려 “기존 조선 사회 교육은 출세 위주 교육”이라며 “시험에 합격하면 모든 게 정당화, 떨어지면 모든 게 루저”임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선교사들이 세웠던 근대 교육에는 인성교육, 곧 사람이 되는 교육을 시켰다”며 “대한민국의 근대 교육은 민주시민 요소가 함유돼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선발과 배제의 패러다임은 한국 교육 1000년의 전통”이라고 주장했다. 가령 그는 “기독교 문화권인 유럽과 미국에도 교육의 문제는 많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 같은 전통은 없다”고 했다. 이유로 그는 “그것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모든 사람이 재능이 있다’는 기독교적 인식에서 출발했다”며 “각자의 재능을 잘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이 잘 발전 됐다”고 긍정했다.
끝으로 그는 “김성천 교수가 강조한 혁신학교 모델을 긍정 한다”고 논평했다. 즉 “아래로부터 더불어, 모든 교육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 철학은 좋은 것”이라면서, 그는 재차 “혁신학교 모델”을 긍정했다.
현 교육을 다소 비판하면서, 그는 “명문대 진학할 학생들에게만 유리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즉 그는 “중하위권 학생들이 수학·영어 등에서 하위점수를 받아야, SKY갈 학생들만 유리한 구조”임을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SKY갈 게 아니라면, 중하위권 학생들의 교육적 의미는 상실됐다”며 “이는 새로운 형태의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하여 그는 “굳이 공부가 아니라도, 목공, 커피 바리스타 관련 과목을 추가해 교육하는 것”을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명문대 진학할 학생들은 그들끼리 경쟁하고, 대학에 안가고 싶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대폭 늘리자”며 굳이 대학에 안가도 되는 사회 인식의 확산을 강조했다.
한편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는 ‘누가 네 이웃인가? : 사회지표로 본 한국의 공동체 의식’을, 윤덕룡·정영식 박사는 ‘공동체의 경제적 조건’을 발제했다. 사회는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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