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불교의 조계종을 방문하였다. 정치인이며 새롭게 특정 정당의 대표가 되었으니 불교계를 방문하는 일은 자연스런 일이며, 또 종교의 목소리를 듣고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정치적인 행보와는 상관없이, 황 대표가 기독교인임을 알면서도, 굳이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듯이, 절집에 오면 절집 법을 따라야 한다’며 대웅전 참배를 요청하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황 대표가 사찰에 참배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면, 본인이 원하지도 않는 참배를 요청하는 것은, 본인에 대한 부당한 종교적 압력이면서, 이웃 종교인 기독교에 대한 무례함이다.
황 대표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것은 이미 불교계에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일터, 굳이 ‘절집 법’을 운운하며,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를 무시하는 것은, 우리 기독교에 대한 우월성이나 모욕을 주려는 태도는 아니었는지?
이에 대하여 모 불교계 언론은 “개신교 신자 황교안 대표, 합장하지 않고 허리 굽혀 인사”라는 자막을 넣어 보도하고 있다. 또 총무원 원장을 뵙고 합장하지 않고 악수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종교의 자유가 있는 만큼 개인적인 신앙이야 얼마든지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지만, 국민의 민복인 공인으로서 이웃종교의 성지에 와서 당연히 그 예법을 따라야 하는데, 개인의 종교적 신념만을 고집스럽게 고수했다’고 비난한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종교의 자유가 있고 공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불교 예법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무리 공인이라지만 자신의 종교와 예법이 있는데 굳이 불교 예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그야말로 황 대표는 공인으로, 공적인 일로 조계종에 간 것이지 불교로 개종하거나 참배하러 간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것을 강조하는 것은, 분명 불교계가 과거 ‘범불교대회’를 통하여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길들이려(?)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이런 식상하고, 전근대적인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불교계는 ‘종교편향’이라는 주장을 통해, 이웃종교를 괴롭히고, 자신들의 종교/정치적 목적을 이루는데 크게 성공(?)하였다. 그만하면 되지 않았나? 불교가 소중하다면 이웃 종교인 기독교도 소중하다. 황 대표가 정치를 하는 것은 잠깐이지만, 그가 끝까지 간직할 것은 기독교 신앙이다. 이것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과거 2004년, 불교 언론은 당시 유력한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 불교 신도였다가 기독교 신자로 등록했다는 말에 발끈하여, ‘개종 여부를 직접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런 불교가 이웃 종교의 독실한 신자에게 자신들의 예법을 강조하여 신앙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는 자비의 정신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가 있다. 이것을 무시한다면, 이는 종교 스스로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질서를 뒤흔드는 좋지 못한 모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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