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문화선교연구원 문화포럼은 21일 오후 7시 반부터 필름포럼에서 ‘2018 대중문화 키워드로 살펴보는 대중의 열망과 한국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 성현 필름포럼대표, 조성실 소망교회 목사가 발제했으며, 김지혜 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진행을 맡았다.
먼저 백광훈 원장이 ‘BTS 열풍을 통해 돌아본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BTS의 힘은 바로 진정성”이라며 “가사에서 가식이나 허위의식, 겉멋 부린 내용이 아닌, 내면의 약함을 드러내고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음으로 또래 청춘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BTS를 기획한 방시혁의 ‘명견만리’ 인터뷰를 인용했다. 프로듀서 방시혁은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방탄소년단 내면의 이야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방탄소년단에게 이 부분을 특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탄소년단의 인기요인으로 백광훈 원장은 “BTS는 유투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고 말했다. 즉 팬들과 적극적인 상호 소통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BTS는 팬들의 진심어린 피드백을 묵살하지 않고 자신들의 잘못을 기꺼이 수정할 줄 아는 태도가 있다”며 “BTS 커뮤니케이션은 팬들에게 즉각 사과를 하고, 팬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가사까지 바꾸는 겸허한 자세를 지녔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그는 “BTS의 가사 중 여성혐오 논란이 일 때, 그들은 팬들의 지적을 수용해 가사를 수정한 일은 잘 알려진 일화”라고 소개했다.
이른바 그는 “방탄소년단과 팬들의 수평적 상호 관계는 팬들로 하여금 헤어 나올 수 없는 ‘덕질’에 몰입하도록 만든다”라며 “유투브에 가면 팬들은 단순 수용자가 아닌 스트리밍, 공유, 분석 영상, 리믹스 영상 등을 생산하며, 방탄의 예술 세계를 재생산하는 구성원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그는 기존의 아이돌과 팬과의 권력 관계를 비교하며, 방탄과 팬 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말했다. 그는 “기존의 아이돌과 팬은 수직적 위계 관계였다”며 “그러나 방탄과 팬과의 관계는 수평적 연대의 개념, 곧 스타가 더 이상 팬 위에 군림하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협력함으로, 함께 공존하는 관계”라고 분석했다.
“이런 수평적 판타지가 방탄과 팬덤 사이의 수평적 연대를 가능케 한 것”이라며 백광훈 원장은 일례로 방탄 TV채널, 방탄밤을 제시했다. 특히 방탄밤은 BTS의 비하인드 스토리 곧 방탄 소년단의 ‘밥 먹는 장면, 잠자는 모습 ’등을 보여주는 채널이다. 팬들은 그들의 친숙한 모습을 보며 그들과 함께 꿈과 일상을 공유한다. 이른바 팬들이 꿈꾸던 신개념 판타지 팬덤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아울러 그는 “무엇보다 오늘의 방탄이 있기까지 ‘ARMY’ 곧 방탄의 글로벌 팬덤 지원사격이 컸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ARMY’는 한국의 10대 소녀, 미국의 20대 여성, 30대 무슬림 팬 등 전 세계 각지에 흩어진 팬들이 방탄소년단으로 하나가 되며, 방탄에 관한 어떤 콘텐츠라도 몇 시간 안에 영어로 번역해 유통하는 저력을 보인다. 그는 “심지어 팬들은 싸이도 뚫지 못했던 미국 라디오 방송에 방탄의 노래를 소개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선곡 신청을 했다”며 “‘거절당했을 때, 방탄소년단을 모를 때 등’ 상황매뉴얼까지 만들어 DJ와 방송국 간부들에게 적극 홍보하는 팬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누나’ 팬들은 방탄의 ‘호위무사’ 곧 남동생을 잘 키워주고 싶은 ‘ARMY’가 되길 기꺼이 자진한 셈이다.
하여, 그는 “방탄소년단과 팬 사이 위계질서의 해체는 먀살 맥루언이 주장한 ‘상호 작용성’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전했다. ‘상호작용성’은 송신자와 수신자간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형태로, 피드백을 원활히 주고받아 더 나은 콘텐츠를 재생산 하는 매스 미디어 개념이다. 이에 그는 “21세기 인터넷 매체를 비롯한 미디어를 특징짓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상호 작용성’”이라고 덧붙이며, “반면 종래 미디어 권력은 저항적 수평성 조차 자신의 하부로 통합시키는 경향이 있어 종래 상호작용성 개념의 실현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ARMY의 팬덤 활동은 상호작용성이 발현된 혁명적 가능성”이라며 “수평적이고 탈 중심화 돼서, 방탄과 팬은 친구 같은 관계가 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백 원장은 질 들뢰즈의 리좀적 체계를 빌려 논의를 진전시켜갔다. 그는 “ARMY와 방탄과 관계에는 중심이 없고, 중심이 나무의 뿌리처럼 산발적으로 분포돼 있어 관계망은 연결성과 확장성이 용이하다”며 “방탄과 팬, 한국 팬과 외국의 팬 사이에는 중심적 위계질서가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 친구이자 조력자로 활발히 피드백을 주고받는 수평적 관계”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방탄 관련된 책들이 서점가에 출판되고 있는 등, 다른 아이돌과 달리 방탄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무얼까? 백 원장은 “바로 동시대 청춘의 고민과 희망을 방탄이 대변하고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인기요인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적인 저성장, 신자유주의 승자독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세대가 바로 현 청년세대”라며 “방탄의 가사는 현 청춘세대의 비통함을 담아 사회 비판을 가하는 경향성이 짙다”고 전했다. 가령, 그는 “BTS의 ‘등골 브레이커’ ‘No More Dream’ ‘쩔어’ ‘Magic Shop’ 등이 대표적 예”라고 밝혔다.
“그깟 패딩 안 입는다고 얼어 죽진 않어 패딩 안에 거위털을 채우기 전에 니 머릿속 개념을 채우길, 늦기 전에” – BTS ‘등골 브레이커’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 속에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 곳이 기다릴 거야 믿어도 괜찮아 널 위로해줄 Magic Shop” – BTS ‘Magic Shop’
이 가사들은 비단 한국 청년들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정곡을 찌르는 내용으로, 바로 BTS가 많은 팬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다. 엄청난 파급효과이다. 이를 위해 백 원장은 BTS를 빅뱅, 트와이스의 가사와 비교하며, 빈출 어휘 횟수를 제시했다. 가령 “방탄소년단 가사에서 ‘나’는 1000번 정도 나오고, 인생, 노력, 부조리, 비판 등도 빈번히 등장 한다”며 “반면 빅뱅은 베이비가 450번, 트와이스도 마찬가지로 베이비가 144번 등장 한다”고 전했다. 또 “사랑, 재미, 행복, 스위트, 치어 등도 빈번히 나온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를 두고, 백 원장은 “BTS의 음악은 방탄 세계관이라는 하나의 정교한 서사 속에서, 동시대 청춘들의 고민과 좌절, 방황을 위로하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을 지속적으로 노래한다”며 BTS 음악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화양연화’, ‘윙스’의 두 앨범에서 부친살해라는 모티브가 등장한다”며 “소년이 성장하며 겪어야 했던 저항, 불안, 고통, 두려움이 ‘윙스’의 모티브”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부친살해 개념에서 보듯,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기존 기성질서의 파괴와 해체라는 측면이 잘 드러난다”며 “이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알을 깨야지만 새가 날아갈 수 있는 성장과정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백 원장이 말한 헤르만 헤세 ‘데미안’의 한 대목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힘겹게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반면 그는 “누군가는 방탄소년단의 가사가 너무 니체적, 즉 탈 기독교적이라고 비판 한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그는 “BTS는 나만의 세계, 고립된 자아만을 주장하며, 나아가 인본주의적이고 자기애 적 메시지가 가득하다”는 일각의 비판을 말했다. 아울러 그는 “니체의 초인 사상에 영향 받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적 세계관에 우려하는 기독교 진영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박하는 결론을 내리며, 그는 교회가 BTS에 무엇을 주목해야 하는지 힘주어 말했다. 그는 “BTS가 결국 진정성 얘기를 하지만 이 조차도 소비주의의 일환 아닌가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고, 자기애 적 인본주의 메시지가 기독교와 과연 공존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 또한 분명 있다”고 밝혔다. 우선 소비주의라는 비판을 놓고, 그는 “아이돌 대중문화에 대한 편견 일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2016년 여름 이화여대에서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학생들은 ‘아침이슬’을 부르지 않고 소녀 시대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시위를 했다”며 “멜로디와 가사내용의 조화는 이화여대 학생들의 심경을 반영하고 대변한 노래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아이돌은 기획사가 만들어낸 이미지로 소비되는 경향성도 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은 우리 삶의 정곡을 찌르고 큰 파급효과를 미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른바 그는 “아이돌은 어쩌면 기존 대중문화의 비판 담론을 넘어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BTS가 니체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오히려 그는 “BTS가 말하는 자아 개념의 주요한 특징은 개인주의가 아닌 수평적 연대 개념으로서 동등한 개인”이라고 재차 말했다. 즉 그는 “방탄과 아미의 수평적 관계는 중심이 없고 모두가 평등한 관계로서 존중받는다”라며 “이는 공고한 위계질서 가운데 있는 한국 교회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그는 “교회는 대안공동체로서 성육신적 자세, 즉 청년 정신과 만나 그들의 아픔을 적극 어루만져줘야 한다”며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교회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해 줄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끝으로 그는 베드로전서 3:15을 덧붙이며, “교회는 소망을 말해줘야 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베드로전서 3:15은 다음과 같다.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예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벧전 3:15)
곧바로 필름 포럼 성현 대표가 ‘마블: 환영(歡迎)과 환영(幻影) 사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 대한 발제를 했다. 성현 대표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가 다른 히어로 영화와 차별화된 특징을 제시했다. 그는 ”인피니티 워에 나온 슈퍼히어로들은 모수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며 ”영웅적인 면모를 지니지만 한편으로 인간적인 면모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그는 ”’아이언 맨‘ 토니 스타크는 군수 사업을 통해 부를 획득한 억만장자이면서, 독단적이고 자신만만하며 천재이면서 동시에 바람둥이“라며 ”토니 스타크는 자신의 능력을 자기만을 위해서가 아닌 시민의 안전을 위해 사용 한다“며 캐릭터의 특징을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인피니티 워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더 큰 힘 앞에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패배를 경험하고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유한한 존재“라며 ”종래 히어로 영화처럼 무소불위의 힘과 생명력을 가지고 고민 없이 문제해결에 나서는 비인격적 존재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여 그는 ”관객들은 ’인피니티 워‘의 슈퍼히어로를 자신들과 별개의 절대적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환경과 위기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처럼 그들도 흔들리고 쓰러지기도 하지만, 힘든 환경에 굴하지 않고 우리들 삶처럼 다시 일어서고 전진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9.11 테러 현장에서 구조와 복구를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이 진정한 영웅이었던 것처럼 말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하여 그는 ”완벽한 힘으로 악당을 제압하기 때문에 아니라 어떠한 보상도 없이, 9.11테러로 시민들의 공포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진정성 때문에 이들이 바로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현 대표는 인피니티 워에서 드러난 캐릭터의 태도가 한국교회에 시사 하는 바를 전했다. 그는 “마블이 가진 확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마블의 세계관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다른 히어로가 주연인 영화에서는 기꺼이 조연으로 등장하는 모습을 우린 종종 보게 된다”며 “그러면서 거대 악에 대해서는 함께 힘을 모은다”고 역설했다. “그럴수록 세계관은 확장되고 히어로들은 유연 해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현 대표는 “현실 교회는 어떠 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현실 교회는 교단으로 나뉘고 개 교회주의에 갇혀있으며, 공동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목소리를 모으는 태도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마블의 히어로들은 생태, 환경, 인권, 공동체적 문제 등을 놓고 함께 대응하기 위해 지혜와 힘을 모으는데,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는 기도를 드리는 교회와 성도들은 어떠한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마블 히어로들의 태도를 교회와 성도들이 적극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개인과 개교회주의, 교단에 함몰된 시각을 넓혀야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 동시에 복음의 공공성에 눈을 떠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복음이 삶의 현장에서 잘 작동되고 있는지 돌아보는 태도가 바로 우리에게 있다”며 “기독교 신앙이 인류에게 기쁨과 소망을 안겨줄 수 있고, 이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발제를 마무리 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