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NCCK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공동 주최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종교·시민사회 간담회’가 30일 오후 5시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개최됐다. 박승렬 NCCK 인권센터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는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소속 변호사,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발제를 맡았다. 그들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기도 하다.
먼저 조혜인 변호사가 ‘2018년 차별금지법안의 개요와 의의’를 발제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차별을 규율하는 법제는 초기에 인종, 성별 등의 사유를 중심으로 발전했다”면서 “최근 차별금지에 관한 연구는 현대사회 복잡한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별의 사회적 측면을 인식하고 규율할 수 있는 통합적 법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령 그는 “반동성애 진영 측 한 목사는 내게 ‘동성애자들은 기독교를 혐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면서 “‘너도 나도 서로 혐오하고 있다’는 감정적 접근이 아닌, 사회 속에 침전된 구조적 혐오를 짚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현재 2018년 한국의 차별금지법제 현황을 전했다. 그는 “헌법 제 11조 제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며 “그 안에서 가능한 사법적 구제 수단은 민사 소송”이라고 전했다. 하여, 그는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 사인 간의 평등권 침해 행위를 다툴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그러나 제750조의 경우 오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으며, 소송 절차에서도 피해자는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방법으로, 그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그나마 현행법 중 폭넓은 영역에서 차별 전반을 규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규정했지만, 1개 조항만 명시됐고 구체적인 실체규정은 없다”며 그 한계를 꼬집었다.
다시 말해 그는 “간접차별, 괴롭힘 등의 다양한 차별유형에 관한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은 현실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차별들을 효과적으로 규제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현행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권고 등 구제수단에는 강제력이 없어 피해자 구제에 미흡하다”며 “일반적 차별금지법을 대신하기에는 한계를 지닌다”고 역설했다.
반면 그는 “현재 한국에는 차별시정을 위한 개별적인 차별금지법들은 다양하게 존재한다”고 전했다. 예로 그는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기간제 근로자 보호법, 파견근로자 보호법, 연령차별금지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그는 “앞서 나열한 법은 오직 ‘고용’ 부분에 있어서만 실체적 규제 조항을 두고 있을 뿐”이라며 “‘교육’, ‘재화용역’, ‘행정’ 부분은 국가인권위원회법만의 규율을 받고 있어, 차별에 대한 실체적 조항과 사법적 구제수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여, 그는 “현재 A가 차별받고 있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에 관한 진정을 제기하는 방법과 법원에 차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관한 오해를 제시하고 반박했다.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현행 개별적 차별금지법과 달리, 형사 처벌이나 행정제재를 차별의 구제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차별금지법안 반대 입장 측은 차별금지법에 형사처벌조항이 명시될 것으로 우려 한다”며 “그러나 현재 차별금지법을 시행하는 대다수 나라는 형사나 아닌 민사소성 혹은 인권교육으로 차별행위를 시정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유로 그는 “차별행위는 개인의 악의보다 사회의 편견, 고정관념, 구조적 차별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개의 행위자를 형사처벌하기보다 구체적 사례마다 차별 중지 및 시정 조치, 재발 방지 조치, 교육과 훈련 등의 다양한 조치가 근본적 차별시정에 효과적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그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오직 제2조 제3호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하나만 명시했기에, 차별을 구체적으로 시정하기엔 부족하다”며 “반면 차별금지법은 실체적 조항들을 통해 차별의 개념을 확장하고 구체화 해, 차별 시정에 있어 좀 더 효과적”이라고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국가인권위원회는 A의 경험을 차별로서 적극 경청할 수 있는 자리를 열어준다”고 덧붙였다.
가령 그는 “차별금지법은 차별금지의 사유를 확장시켜, 현행 인권위법에 규정된 19개 차별금지사유에 국적, 성별정체성, 출신학교, 고용형태, 경제적 상황, 유전형질등을 추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차별금지법은 차별 개념을 확장 시켜 간접차별, 괴롭힘 등도 규제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차별금지법상 괴롭힘은 차별금지사유를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적대적, 위협적, 모욕적 또는 굴욕적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며 “괴롭힘은 최근 문제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등에서 잘 드러나듯 자유권,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괴롭힘은 모든 구성원들이 동등하게 참여해야 하는 고용, 교육, 재화영역 등에서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을 배제하여 차별하는 효과를 낳는 행위이기에, 적극 차별금지법안으로 규제돼야 한다”고 재차 말했다. 다만 그는 “차별금지법안이 목적하는 바는 단순히 ‘나쁜 말’을 단속하거나 또는 ‘차별이나 편견이 들어있는 발언’, ‘개인의 의견 표명’ 등을 규제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표적 예로, 그는 영국 2010년 평등법 제 85조에 규정된 ‘괴롭힘’ 관련 정부해설서를 제시했다. 그는 “영국 평등법은 교실에서 교사가 장애를 이유로 특정한 학생을 조롱하는 경우 또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당혹감과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 이를 괴롭힘으로 명시했다”고 전했다.
추가로 그는 차별금지법안을 제정하는 대신, 현재 법 체계 안에서 차별피해자의 사법적 구제수단을 위한 보완점을 제시했다. 그는 “차별행위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인권위의 시정 권고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렇다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피해자의 민사 소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라 제안했다. 이를 위해, 그는 “국가인권위원회 산하에 차별피해소송지원기금 및 변호인단을 설치하여 운영하는 방안도 대안”이라며 “이를 통해 차별피해자는 변호사 보수를 비롯해 소송비용을 지원받고, 차별에 관한 민사 소송 을 진행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다만 그는 현재 손해배상 같은 민사소송으로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 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손해배상 같은 민사소송에서 차별피해자는 차별 받았다는 입증책임을 진다”며 “차별했다는 증거는 보통 차별을 행한 자의 지배영역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기에, 차별피해자가 차별을 입증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비판했다. 하여, 그는 “차별피해자를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입증책임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해자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그는 “이는 민사소송으로 차별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해, 재산적·정신적 손해배상을 받는 방법”이라며 “그러나 차별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손해배상이 아닌 차별행위를 중지시키거나 차별이 없었던 상태로 원상회복”임을 재차 말했다. 하여, 그는 “현실의 차별을 구제하기 위해 법원은 차별적 행위 중지, 원상회복, 임금 같은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을 판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가령, 그는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48조는 법원의 적극적 조치 조항에 해당 한다”며 “이는 법 제정 당시 ‘장애차별금지법 최대의 성과’임을 평가 받는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차별금지법은 보통 형사처벌조항을 두지 않지만, 만일 차별 했다는 점을 제기했을 때 불이익 조치를 했다면 형사처벌 혹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담하는 강력한 규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차별금지법이 지금 필요한 이유'를 발제했다. 4대 종단이 모인 이 자리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원불교인권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NCCK 인권센터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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