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개정한 헌법에 자국을 '핵보유국'으로 명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제 외교가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우선 북한을 진정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해묵은 논란이 재연됐다.
통상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핵보유국'의 의미는 두가지로 나뉜다.
우선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하에서 특례적으로 인정하는 핵보유국으로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가 이에 해당된다.
이와 달리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처럼 NPT에는 가입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 나라가 있다.
북한은 현재 NPT를 탈퇴한 상태다. 따라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후자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핵문제에 있어 북한의 핵심 상대국인 한국과 미국은 물론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식하는 기류는 최근 몇년전부터 확산돼왔다.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이미 핵실험까지 한데다 영변 핵단지에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시설까지 갖추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과시한 북한의 핵능력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올 1월 민간단체이긴 하지만 군축관련 비정부기구(NGO)인 핵위협방지구상(NTI)이 북한을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과 함께 9대 핵보유국에 포함시킨 보고서를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또 북한의 핵능력에 맞서 1990년대초 철수했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자는 움직임이 최근 한국과 미국 일각에서 일고 있다.
북한이 이 시점에서 헌법에까지 핵보유국임을 명시한 의도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김정은 체제의 출범에 맞춰 핵무기 보유를 공식화함으로써 이를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으려는 속셈이 내재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향후에도 '선군정치'의 기치에 따라 대외 강경노선을 견지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또 '김정일의 업적'을 서술하면서 핵보유국 대목을 포함시킨 것은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핵능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이라는 외교적 카드를 적극 활용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느껴진다.
이렇게 되면 당장 북핵 6자회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6자회담의 핵심목표인 '한반도 비핵화'의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북한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 마찬가지로 핵보유국을 자처하면서 6자회담을 '핵군축의 장'으로 만들자는 주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핵보유국이 아닌 한국과 일본의 위치는 6자회담에서 위축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동아시아를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그 여파로 NPT체제의 존립이 위협받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