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가 결국 폭력으로 얼룩졌다.
정통 진보정당을 표방했던 그들의 자부심은 간 데 없고 '권력'을 향한 투쟁만 남았다.
12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3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보여준 폭력사태가 이를 말해준다.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에 대한 사후 대책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어, 조속한 시일 내에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으로 몰렸다.
당권파는 총체적 부정과 부실이 입증된 만큼 비례대표가 총사퇴하고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권파는 진상조사 결과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이날 중앙위원회는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고성과 욕설, 몸싸움은 물론, 격렬한 난투극까지 벌어지면서 상당수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날 충돌은 예견된 일이었다.
공동대표단은 회의 시작 전 전국운영위원회의를 열어 핵심 안건을 정리하려 했으나 절충점을 마련하지 못했고, 회의장 안팎에는 당권파 당원 300여명이 '상조사 보고서 폐기' 등을 외치며 건물 내·외부는 이들이 붙인 플래카드 50여개로 도배하며 진상조사 결과를 규탄했다.
회의는 시작도 하기 전 당권파 중앙위원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민참여당 출신 중앙위원 50여명이 무더기로 교체됐다"고 소리를 지르며 회의를 저지해 성원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의장을 맡은 심상정 공동대표는 개의를 강행했고 ▲대표단과 경선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 ▲강기갑 전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의 안건을 상정했다.
당권파의 우위영 공동대변인은 "국민참여당 출신 중앙위원 50여명이 불법적으로 교체된 의혹이 있다"며 "심 대표가 중앙위 성원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안건을 처리하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비당권파의 천호선 공동대변인은 "통합당시 중앙위의 구성은 각 주체의 자율로 맡겼고, 11일 오후 2시부로 중앙위 명단이 최초 확정됐다"며 "당권파의 주장은 합의 정신을 파괴하고 통합 주체의 자율적 결정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권파들은 발언권을 얻지 못하자 “불법 중앙위, 중단하라”는 구호를 1시간 20여분 넘게 참관인석에서 외쳐대기도 했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오후 3시 40분쯤 정회를 선언했고, 속개된 회의는 당권파의 난동으로 6시에 또 한 차례 중단됐다.
하지만 오후 9시50분 이날 폭력 사태의 최고조를 이루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장인 심 공동대표가 당권파 당원들의 구호와 항의를 물리치고 “이의가 없으니 ‘강령 개정안 심의·의결의 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선언하는 순간, 당권파 당원들이 대표단이 앉아 있던 단상으로 뛰어오르며 격렬한 난투극이 벌어졌다.
"불법중앙위원회를 해산하라"고 외치던 당권파 당원 100여명이 갑자기 단상으로 달려나가 단상을 점거해버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격렬한 발길질과 주먹다짐이 발생했고, 공동대표단이 앉아있는 단상에는 물병이 날아들었고, 조준호 공동대표는 당원들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옷이 찢기는 등 '봉변'을 당했다. 조 공동대표는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다.
이후 회의는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고, 심 대표는 "더이상 회의를 진행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밤 11시30분께 무기한 정회를 선언했다.
쟁점이 됐던 비례대표 사퇴 결의안과 비상대책위 구성안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