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이 최근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에 책임을 지고 취임 1년8개월만에 경찰청장직에서 물러났다.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조 경찰청장은 "수원 사건과 성매매업소 유착비리로 경찰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분노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자신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어 김기용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해 언급하며 "덕망과 능력을 겸비한 훌륭한 분이다. 김기용 청장을 중심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잘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동료 경찰들에게 "우선 실추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진정한 행복은 목표를 향해 모든 열정을 쏟았을 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저는 행복했다. 예! 행복한 경찰관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토록 갈망했지만 미처 못다 이룬 꿈들은 여러분이 반드시 이뤄주기 바란다. 뜨거운 가슴으로 염원하겠다"며 국민들에게 "(경찰의)잘못은 따끔하게 꾸짖어 주시되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도 잊지 말아주시라"라고 전했다.
1990년 경찰에 입문한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푸른 꿈을 안고 '경찰의 길'에 들어선지 어느덧 스무 해를 훌쩍 넘겼다"며 "변화와 개혁의 열망으로 우리 모든 경찰이 하나돼 열과 성을 다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한 켠이 뜨거워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룸살롱황제' 이경백을 구속시켰으며 이경백과 통화한 이유로 파면·해임 6명을 포함해 40명을 징계했다며 '곪은 살을 스스로 도려냈다'는 표현을 썼다. 또한 "2006~2010년 5년간 연평균 83건 발생하던 금품수수 비위가 작년 한해 13건으로 줄어들었고 특히 지난해 9월23일 이후에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오 청장은 외무고시 15회 출신으로 외무부에서 근무하다 1990년 경찰에 입문해 부산지방경찰청, 경기지방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등을 역임하며 2010년 8월 제 16대 경찰청장에 부임해 재직했다. 조 청장은 이 자리에서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인 김기용 차장으로부터 명예경찰로 위촉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임식에 참여한 현장 경찰관 중 100여명은 '경찰은 수사, 검사는 기소'라는 대형 플래카드 펼쳐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