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말레이시아에서 겪었던 '스콜' 같다"
동남아 출장을 자주 다닌다는 김민철(35·남)의 말이다.
지난 6월 하순부터 시작된 장마가 7월 중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자 한반도 주변의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를 놓고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한 것 아니냐는 주장과 함께 하면 한국에도 스콜(Squall·주로 열대지방에서 거의 매일 오후에 나타나는 소나기 )이 등장했다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들은 7월 한 달간 전국에 쏟아진 많은 비는 동서방향으로 길게 형성된 전형적인 장마전선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지난 6월 이후 이어진 장마와 집중호우는 아열대성 기후나 스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
최근 지구 기온 상승에 따라 식물과 동물 생태계 이상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아열대화'라는 용어가 국내에서 등장했다.
하지만 아열대 기후의 분류 기준은 기상학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독일의 기상학자 쾨펜은 1년 중 4∼11개월이 월평균 기온 20도 이상일 때를 지칭했고, 지질학자 스트랄러는 1월 평균기온이 5도 이상일 때 아열대 기후라고 정의했다.
크루츠버그는 1년 내내 월평균기온이 6℃를 넘고 월평균기온이 20℃ 이상인 달이 2달 이상일 경우 아열대기후로 본다.
트레와다는 최한월 평균기온이 18도 이하이면서 월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12개월일 때를 아열대기후라고 설명했다.
트레와다의 정의에 의한 아열대 기후구가 식생경관이나 해양생태계 현황과 비교할 때 현실에 가장 부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30년(1971∼2000년) 관측 평년값에 근거한 아열대 기후구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내륙 및 도서지방만 해당한다.
즉 최근 중부지방에 쏟아진 기록적 강수는 아열대 기후와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구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오는 21세기 말인 2071∼2100년에는 제주도와 울릉도를 포함해 충청북도 지역까지 아열대 기후지역이 확장될 것으로 예측됐다.
해안가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서울과 수원 등이, 동쪽으로는 속초와 강릉 등도 아열대 기후지역에 포함되지만 내륙으로는 추풍령과 영주 윗쪽 지방은 21세기 말에도 아열대기후에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집중호우와 관련해 지난 27일 오전 시간당 100mm의 폭우가 쏟아지는 것을 비롯해 시간당 30∼50mm의 강한 비가 일정시간을 두고 반복되자 우리나라에서도 동남아에서 볼 수 있는 스콜성 강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기상청은 스콜은 스스로 발생하는 '자생형'이지만 우리나라의 장마나 이번 집중호우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기의 영향에 따른 '간접형'이라는 점에서 스콜과 지금의 집중호우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상청은 우리나라 여름철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소나기와 비교하면 열대지방의 스콜은 일정한 낮 시간대 한 두 시간 가량 강한 바람과 함께 세차게 내리지만, 소나기는 때를 가리지 않고 오는데다 스콜에 비해 비의 강도와 규모가 약한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