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의 이른바 '교사 시국선언'과 관련해 의미있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9일 2009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국가공무원법위반 등)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 이찬현(54)씨 등 3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12명으로 구성된 대법관 전원(법원행정처장만 제외)이 다수결로 판결을 내리는 대법원의 최고 재판부이다.
이날 재판부는 "공무원인 교원에게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지만, 공무원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선언한 헌법정신에 비추어 자유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시국선언문에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교육정책과 무관한) 국토개발사업과 대북정책 등을 편향적인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며 "공무원이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출한 불법 집단행동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전교조의 시국선언과 서명운동 주도는 교사의 공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학교를 정치공론장으로 변질시켜 학생들의 교육환경에 영향을 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정치적 표현 행위가 교원의 지위를 전면에 드러내고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그것이 미치는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일환, 전수안, 이인복, 이상훈, 박보영 대법관은 "1,2차 시국선언은 정부 정책 등에 대한 비판 의사를 표시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등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일 뿐"이라면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며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라는 반대 의견을 냈다.
또한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은 혐의(집시법 위반)로도 기소된 이씨에 대해 재판부는 "집회 당시 인도를 점거하는 등 해당 집회로 인해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위험이 초래됐다"며 원심과 같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씨 등은 2009년 6~7월 전교조의 1,2차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에 대해서는 같은해 6월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미신고 집회를 주최하고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은 혐의도 포함됐다.
이에 앞서 1심 재판부는 "1,2차 시국선언 및 규탄대회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ㆍ반대 의사를 표현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로 인해 학생들의 수업권이나 교육행정의 본질적인 부분이 침해됐다고 인정할 수 없다"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하고 미신고 집회를 개최한 이씨에게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이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나머지 2명에게 각각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