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폭력과 학업에 대한 압박으로 지난 16일과 17일 연이어 바로 같은 지역인 경북 안동과 영주에서 중학생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16일 오전 9시30분께 경북 영주에서 중학교 2학년생 이모(14)군이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살고 싶지 않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이어 바로 다음 날인 17일 오후 7시40분께는 옆 도시인 안동에서 이군과 같은 학년의 김모(14)양이 학업 스트레스와 압박을 이유로 이군과 비슷한 방법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같은 지역 내에서 연이어 발생한 같은 학년 중학생들의 안타까운 자살은 인간성이 메말라가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와 교육 현실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듯하다.
김양에 앞서 죽음을 선택한 이군은 이날 오전 7시50분께 등교를 하려고 집에서 나왔으나 5분 뒤 다시 돌아와 아버지에게 "화장실 가려고 왔다"고 말한 뒤 "다녀오겠습니다"는 인사를 남겼다. 이군은 오전 8시8분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으로 올라갔다.
이군은 오전 8시54분께 평소 자신을 때리고 안고 뽀뽀하는 등 성추행을 한 전모(14)군에게 '너 내 장례식 오면 가만안둬'라는 문자를 보내고 30여분 뒤 생을 마감했다.
이군이 죽기 직전 9시30분께 이 아파트에 사는 대학생 김모(22)양이 아파트 창문에 매달린 이군을 목격하고 사촌오빠와 함께 이군을 구하려 했던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 했다.
이군의 장례식이 있던 17일 오후 7시45분께 경북 안동에서는 김양이 공부가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해 파장을 더했다.
김양은 '영어 공부가 힘들다, 학교에서는 45분 동안 앉아있는 훈련만 한다'며 '공부를 해봐야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김양이 뛰어내린 아파트 15층 복도에는 '공부가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 외에도 자살을 실행하기 위한 순서도가 적힌 종이 쪽지가 발견됐다.
쪽지에는 '학원에 평소처럼 다녀온다, 집에 말고 15층으로 올라간다, 친구들이랑 지인들한테 문자보낸다, 00랑 마지막으로 카톡한다, 핸드폰 초기화시킨다, 전원OFF, 핸드폰이랑 가방은 내려놓고 00로 가져다달라고 메모해놓는다, 눈을 감고 그대로 Fail'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동경찰서 관계자는 "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김양의 가정환경과 학교생활이 원만했다"며 "부모나 학교 관계자들은 김양의 자살 가능성 자체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이나 자살 등 심각해지는 학내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서울과 광역시 등 대도시뿐 아니라 지역이나 시골까지 염두한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가정 내 학부모에 이르는 사회 전반에 걸친 폭력과 자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