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목회자 중 한 명으로 꼽힌 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교회)가 인터넷교보문고는 ‘이 달의 인물’로 선정돼, 책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인터넷교보는 지난 2월부터 ‘책, 신앙, 그리고 사람’을 마련해 매월 종교인 한 명을 선정하고 있다.
이재철 목사는 성경을 제외하고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으로 중국 우징숑(吳經熊)의 <동서의 피안>을 꼽았다. 이 목사는 “저는 어릴 때 고신 교회에 다녔는데, 고신 이외에는 구원이 없다는 가르침 속에 주일에는 연보 외엔 일체의 돈 사용을 죄악시해 버스를 탈 수도 없었고 먼 거리도 걸어 다녀야만 했다”며 “가톨릭에는 구원이 없다고 알고 있다가 <동서의 피안>을 읽고 하나님은 개신교나 특정교파에 갇혀 계신 분이 아니라는 진리에 눈뜨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우징숑은 이 책에서 “그리스도교는 동서(東西)와 신구(新舊)를 초월한다. 그리스도교는 구교보다 더 오래되었고 신교보다 더 새롭다”고 말한다. 이 목사는 “젊은 시절 이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저 역시 지금까지,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예루살렘 성전 안에 거뒀던 것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자신만의 ‘독서 방법’과 책 고르는 법에 대해 “야구 선수에게는 선구안(選球眼)이 생명인데, 좋은 선구안은 절로 생겨나지 않고 각각 다른 투수들의 수많은 공들을 직접 경험해 보는 ‘다다익선(多多益善)’ 밖에 없다”며 “독서도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책들 중에 자신에게 유익한 책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러 장르의 수많은 책들을 섭렵하는 과정에서 자기에게 좋은 읽을거리를 분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선책안(選冊眼)이 생기며, 그렇지 못할 경우 타인이 추천하는 도서나 베스트셀러만 좇는 제한된 독서가 돼 독서를 통한 자기 극대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신자, 불신자 등 부류에 따른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에는 개별 책보다 작가 위주로 응답했다. 신앙이 없는 경우 일본의 미우라 아야코, 러시아의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프랑스의 앙드레 지드 같은 소설가들의 작품을 권하면서 “그분들의 작품은 인간, 인생, 하나님을 다루면서도 작품 자체의 완성도로 인해 신앙이 없는 분들에게도 전혀 거부감을 주지 않고, 오히려 큰 감동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절대자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다”고 했다.
새신자들에게는 한국의 시인 구상, 일본의 우치무라 간조, 이탈리아 지오반니 파피니 등의 책을 추천하면서 “그분들의 책은 신앙의 본질을 생각하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신앙생활을 오래 한 사람에게는 한국 유영모, 일본 엔도 슈사쿠, 중국 우징숑, 영국 C. S. 루이스 등의 책들을 소개했다. “그 분들의 책들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영성 깊은 우물들입니다.”
이재철 목사는 또 “기독 출판을 ‘문서 선교’라 부르는데, 이는 출판의 목적과 주체가 주님이심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고 선교는 영리사업이 아니다”며 “그렇다고 기독 출판사가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고, 단지 영리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기독 출판의 영리는 문서 선교를 위한 결과적 수단이지 선행적 목적이 아니므로, 소명의식을 토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오늘날 국내 기독출판의 문제는 문서 선교를 표방하면서도 실은 영리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산업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라며 “문서 선교가 산업이 되면 복음은 상품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기독 출판이 소명의식의 기반 위에서 명실공히 문서 선교로 이어질 때 기독 출판인들은 이 시대를 위한 신(新) 사도행전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