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적 리더십 혹은 제왕적 리더십의 시대는 가고 바야흐로 섬김의 리더십의 시대라고들 한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의 모습에서 섬김을 통한 리더의 권위를 확인하는 이 리더십은 요즘 교회에서는 상당히 보편화된 개념이며 세상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심리학자이자 목회자인 시앙-양 탄 박사(사진)는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는데 실상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단어에서 섬김보다는 리더십이란 말이 더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가 29일(현지시간) 개최한 신앙사경회에 강사로 선 탄 박사는 “21세기 목회자의 지도력 개발”이라는 주제로 이날 모인 300여 학생과 교수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1985년부터 풀러신학교의 심리학과 교수를 맡아 온 대표적 기독교심리학자이며 글렌데일의 중국인 교회인 제일복음주의교회의 담임이기도 하다.
그는 “21세기의 리더십에 관해 사람들은 종된 리더십, 섬김의 리더십이 성경적 리더십이라고 말한다”며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섬김이라는 단어가 결국은 리더십을 수식하는 수식어이듯, 사람들도 이 두 단어 중 섬김보다는 리더십이란 단어에 주목하고야 만다”고 지적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섬김의 리더십은 “내가 섬김의 행위를 통해 그에게 인정받고 결론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그가 하도록 하려는 시도”다. 더 간략히 정리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를 섬기는 것, 바로 그것이 섬김의 리더십이란 것이다.
그는 리더십을 얻기 위한 섬김이 아닌 섬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을 보고 “아, 저렇게 씻기니 존경받고 리더십이 생기는구나”라 할 지 모르지만 예수께서는 자신이 리더십을 갖든지 말든지 관계없이 섬기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는 이런 조건없는 섬김을 통해 진정한 리더가 되셨다.
그는 자신의 예도 들었다. 한 기독교 모임에서 그는 체어맨이었다. 의사 결정을 주도하고 결정하는 Chairman이 아니라 모임에 앞서 의자를 정리하고 배열하는 Chair man이었다. 그리고 모임이 끝나면 그 의자들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 정말 Chair man이었다. 그러나 그는 “내가 Chairman이든지 Chair man이든지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의자를 나르면서, 그런 작은 섬김을 통해 내가 느끼게 되는 감격과 감사는 결코 작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교회도 그렇지만 한인교회에도 전도사 시절이 지나면 교육 목사가 되고 교육 목사를 마치면 부목사, 부목사 후엔 담임목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목회자가 많다. 하나님이 우리 모두를 담임목사의 직위로 부르신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직위를 계급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높은 자리, 강한 지도력을 갖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해선 안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아무 대가나 조건 없이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그를 지도자로 삼기도 하시고, 물론 안 하시기도 한다. 그것은 전적인 주님의 주권이다. 그러나 그는 “내가 Chair man이 되어 수개월을 기쁨으로 섬긴 후, 나는 실제로 그 모임의 Chairman이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교회에서는 리더십을 갖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싸움이 늘 있다. 교회 직분을 통해 섬기는 것조차 더 좋은 직분을 갖기 위한 수단화가 되기까지 한다. 섬김의 목적을 리더십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탄 박사는 “교회에서 리더를 양성해선 안된다”고 단언했다. “교회에서 리더를 키운다고 난리지만 사실 리더보다 제자가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섬김을 통해 리더십을 인정받으려는 리더보다 예수의 섬김의 모습을 따라 무조건 섬기는 제자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예수께서 요한복음 15장에서 우리를 종이 아닌 친구라 하셨다 해서 우리가 종의 책무를 버려선 안된다”면서 “이 구절들은 주인을 섬기던 종에서 가장 좋은 친구를 섬기는 종으로 우리의 신분이 변화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우리는 주님을 섬기고 서로를 섬기는 종이 되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진정으로 섬기는 종된 제자가 늘어날 때 교회의 리더십은 성경적이면서 동시에 건강해 질 수 있다.
자. 그럼 진정한 섬김은 무엇일까? 첫째, 진정한 섬김은 사람 간의 기쁨이나 서로의 시선을 주목하지 않는다. 거룩한 주님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고 실행되는 것이 진정한 섬김이다. 둘째, 큰 섬김과 작은 섬김이란 개념은 없다. 담임목사는 큰 섬김이고 교회 사찰은 작은 섬김이라 말할 수 없다. 셋째, 결과가 어떻든지 자유롭다. ‘내가 이렇게 했는데도 안되네’라는 말이 나올 수 없다. 넷째, 기분이 좋다거나 즉흥적인 감동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필요가 있기에 섬기는 것이어야 한다. 즉, 그날 기분이 안 좋더라도 어떤 곳이 섬김을 필요로 한다면 기쁨으로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섬김은 일회성이 아니라 삶 자체여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섬김은 공동체를 세워 가는 것이어야 한다. 섬긴다는 명목 하에 남을 공격하거나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동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결국 섬김의 과정과 목표, 결과는 모두 예수를 닮아가는 것”이라며 “예수처럼 전적인 섬김으로 교회의 리더들이 십자가에 못박힐 때 비로소 하나님은 그 리더들을 진정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로 부활시키실 것”이라며 강의를 맺었다.
강의 후, 이상명 총장은 “이 학교를 이끄는 나 역시, 리더십에 관해, 특히 섬김의 리더십에 관해 오해한 바가 많았다”며 “훌륭한 지적과 강의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