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정치] 박근혜 대통령이 6일 국회의 '탄핵' 표결을 담담히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도 하야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굳혔다. 당당히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는 것으로 탄핵정국의 정면돌파를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년 4월 퇴진' 요구에 대한 수용 의사를 내비친 것은 탄핵 가결의 열쇠를 쥔 새누리당 비박계를 겨냥, '질서 있는 퇴진'과 '탄핵에 따른 축출'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및 정진석 원내대표와 긴급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서 가결이 되더라도 헌재의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탄핵이 가결되면 결과를 받아들여서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당에서 이런 입장을 생각해서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오는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최장 6개월까지 걸리는 헌재의 심리가 끝날 때까지 자진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은 즉시 하야해야 한다는 야권의 요구를 일축한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자신을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자 피의자로 본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강하게 부인해 왔다. 박 대통령은 검찰이 자신에 대한 조사도 없이 일방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입장을 변론할 기회를 갖지 못했고 재판도 열릴 수 없어 유무죄를 가릴 수 없다는 점을 억울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있었던 지난달 20일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정연국 대변인)며 오히려 탄핵을 요구했던 것도 이같은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탄핵 표결이 되돌릴 수 없는 물줄기라면 치열한 법리공방에 대비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헌재의 기각 판결을 이끌어내 정치·사법적인 무죄 판결을 받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개헌에 따른 임기단축이 물건너 간 상황도 박 대통령이 탄핵 정면승부를 택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진퇴 문제는 어디까지나 헌법이 정한 절차와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하야는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정한 헌법을 지키는 퇴진에 어긋나며 개헌을 통해 임기를 단축시키는 것이 헌법 정신에도 부합한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그러나 야당이 대통령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을 일축하면서 '법 절차'에 따른 퇴진은 탄핵만 남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의 키를 쥐고 있는 비박계에 탄핵열차를 멈추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박 대통령은 "당에서 4월 퇴진과 6월 조기대선이라는 당론을 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라를 위해 정국을 안정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당론을 정한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때부터 (당론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되겠다는 생각을 쭉 해왔다"고 말했다.
비박계의 적극적인 요구로 당론으로 채택됐던 4월 퇴진론을 수용할 생각이었다는 뜻을 내비침과 동시에 4월 퇴진이 '정국을 안정적으로 풀어가는 방법'이라고 강조한 셈이다. 이는 비박계에 탄핵을 멈추고 정국을 안정적으로 풀어갈 4월 퇴진으로 갈지, 아니면 헌재의 심리가 끝나기까지 국정혼란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탄핵으로 갈지 선택하라는 의미로도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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