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부활주일을 앞둔 7일까지는 사순절 중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깊이 묵상하는 고난주간이다. 각 교회들은 ‘특별새벽기도회(특새)’나 저녁모임 등 각종 행사들을 통해 부활의 ‘밝은 빛’을 앞두고 깊은 어두움 속에서 그리스도의 고난의 참 의미를 되새기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있다.
이 기간 성도들은 자발적인 금식을 통해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고 영혼을 살찌우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온갖 미디어들이 범람하면서 ‘미디어 금식’ 운동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미디어 금식’이란 각종 미디어에 둘러싸인 우리의 삶에서 미디어(게임, 인터넷, 쇼핑, 휴대전화, TV 등)를 자발적으로 절제·포기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을 말하는데, 문화사역 단체인 낮은울타리(대표 신상언)와 팻머스문화선교회(대표 선량욱) 등이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서는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미디어 금식’을 선언하면서 ‘부활절에 다시 만나자’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SNS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이동원 원로목사(지구촌교회)도 지난달 28일 “두 주간 동안 미디어 금식으로 트윗과 페북을 떠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용자가 2500만을 넘어서는 등 각종 미디어의 영향력과 쓰임새가 더욱 막강하고 다양해지면서, ‘미디어 금식’의 범위와 현실성 등에 회의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미디어 금식 캠페인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보급되고 있고, 방송 등을 통해 캠페인이 성도들에게 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완전한 미디어 금식’을 실천할 경우 지금 이 기사조차 볼 수 없다.
그래서 6년째 고난주간 미디어 금식 운동을 벌이고 있는 팻머스는 지난해부터 ‘고난주간 미디어 회복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미디어 금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회복’ 캠페인은 고난주간 동안 비기독교적·폭력적·선정적인 세상 미디어는 금지하고, 기독교 신앙에 도움이 되는 미디어와 예수님을 묵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미디어를 가려서 섭취하자는 운동이다. 이를 통해 기독교인들은 스스로 문화 미디어를 선택하여 받아들이는 자립심을 키울 수 있다.
인터넷과 SNS 등에서 활발히 사역중인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는 “개인적으로 즐기는 차원이라면 절제가 도움이 되지만, 인터넷 등이 일과 연결돼 있거나 사역과 관련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의도가 있는 것이라면 고난주간에도 직장을 다니듯 이를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목사는 “인터넷의 특성상 최근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레이디가가 공연 취소 운동 등을 볼 때 어떠한 흐름이 있을 때 이어가야 하는 사역이 있는데, 타이밍을 놓치면 수그러들 수 있다”며 “목회자들이 고난주간이라고 해서 심방이나 성경공부 등을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팻머스에서 미디어 금식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최일모 실장은 “미디어 금식이라는 게 완전히 쓰지 말자는 운동은 아니고, 즐기기 위해 사용하는 것을 절제하자는 것”이라며 “어른들도 힘든 캠페인이지만 ‘절제’라는 개념이 없는 아이들에게 특히 힘들기 때문에 보통 아이들에게는 아예 미디어를 접하지 않도록 하거나 가족 모두가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TV를 완전히 치우는 등의 방식도 좋다”고 전했다.
최 실장은 “하지만 인터넷으로 숙제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서약서에 하루 30분만 쓰겠다는 등 결심 내용을 스스로 약속하고 지켜 나가는 개념”이라며 “‘금욕’보다는 ‘절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뿐 아니라 어떤 미디어가 새롭게 생겨나도 이것이 주님을 예배하고 묵상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면 결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트위터 같은 경우 전도보다는 관계 형성이 주 목적이므로 1주 동안 하지 않는다고 해서 목회에 큰 지장은 없으니 과감히 절제할 수 있다. 이메일 의 경우도 아예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성도들이 상담을 요청할 수도 있고 나름대로 용도가 있으므로, 사용을 하되 고난주간만큼은 바로 로그인 화면으로 즐겨찾기를 지정, 포털사이트를 접속해 자극적인 기사나 사진에 유혹을 받고 클릭하지 않을 수 있도록 스스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아이들의 경우 보통 게임을 하는데 온 가족이 동참해야 동기부여가 된다고 강조했다. “엄마는 볼 거 다 보면서, 왜 나만 못하게 해?” 라고 할 수 있으니, TV 앞에 서약서를 붙여놓는 등 가족들 몰래 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주변환경 자체를 고난주간에 맞게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최 실장은 “중독에 가까운 아이들이 있다면 30분이나 1시간 단위로 절제하도록 부모님과 약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일모 실장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는 스마트폰을 금욕의 개념보다는 절제의 개념으로, 제대로 쓰는 훈련을 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 본다”며 “못 쓰게 만드는 훈련은 문명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도를 만들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