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운동에 앞장서며 '달동네 성자'로 알려진 허병섭 목사가 27일 오후 4시30분 패혈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71세.
1941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고인은 소설 ‘꼬방동네 사람들’, ‘어둠의 자식들’의 실제 모델이다.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하고, 1974년 '수도권 특수지역 선교위원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시작한 빈민 운동으로 유신 시절 수차례 옥살이를 했다.
1976년 서울 하월곡동 달동네에 동월교회를 세웠다. 1980년대 초에는 국내 첫 탁아방이자 탁아소 입법화의 시발점이 된 '똘배의 집'을 교회 안에 만들었다.
1980년대 후반 빈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목사직을 내려놓았다. 막노동판에 뛰어들어 미장일을 익히고 술과 담배를 배우기까지 했다. 이후 노동자들과 '월곡동 일꾼두레'를 만들어 활동했다.
1990년대에는 자연으로 관심을 돌렸다. 생태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노력하던 고인은 대안학교 '푸른꿈고등학교', 대안대학 '녹색대학'을 세웠다.
2009년 1월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부인 이정진(64)씨를 간호하다 자신도 뇌손상 진단을 받았다. 유족으로 이씨와 딸 미라·기옥·현옥씨, 아들 동섭씨가 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9일 오전 10시이고 장지는 마석 모란공원묘지다. 02-2072-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