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1년을 맞아, 현지에는 아직도 구호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는가 하면 이제는 그들의 재기를 돕고 삶의 희망을 주며, 무엇보다 ‘복음’을 통해 구원의 소식을 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깝고도 가까운 복음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한국교회는 일본과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일본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지진 후 1년이 지난 지금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방사능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진이 계속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4일 홋카이도 앞바다에서 리히터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해 당국을 긴장시켰고, 5년 내에 강력한 지진이 또다시 발생하리라는 예고가 잇따르는 상태다. 이같은 일련의 모습들로 인해 일본인들은 죽음을 가까이에서 목격했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에서 사역하고 있는 박종필 목사(동경장로교회)는 “대지진 이후 많은 기독교인들이 자원봉사에 적극 나섰지만, 일부에서는 기독교 포교 활동의 일환으로 오인을 받아 어려움을 입기도 했다”며 “하지만 개인적으로 후쿠시마현 이와키시(市)를 지난 1년간 20여 차례 방문하니 시민들이 ‘나라는 우리를 버렸는데 교회가 살렸다’며 고마워하기도 했는데, 정부의 늑장 대처가 오히려 교회에게는 일종의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한국교회나 기독교에 대한 현지 분위기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는 대만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 일본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한국교회나 기독교가 그리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교계를 통한 지원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활발했던 것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속적인 지원이 조금씩 열매를 맺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고, 교회에 대한 이미지도 전체적으로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지나친 ‘동정’은 경계했다. 그는 “TV에서 한 재난 피해자가 ‘우리를 너무 긍휼한 눈이나 불쌍한 눈으로 보지 말아달라. 우리는 그냥 여러분들과 같은 사람일 뿐이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며 “섬김에도 많은 지혜와 치밀한 작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박 목사는 무엇보다 ‘영적인 부분’을 돌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임시 가설주택에 사는 이들 중에는 고독으로 인한 자살자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야기 친구도 필요하고, 물질적인 부분도 문제이지만 심적인 부분을 케어(care)해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본에큐메니컬협회가 지난해 12월 개최한 공개연구회에서 오쿠다 목사(후쿠시마 이와키어셈블리교회)도 “지금까지 물자 지원에 치중했다면, 이제부터는 교회가 사람들을 구원하는 시기가 돼야 한다”며 “지난 한신 대지진 때도 지진 재해를 입은 이보다 이후에 자살한 이들이 많았는데, 교회가 적어도 2년간은 더 이들의 마음까지 돌보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지원 창구 일원화’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재일대한기독교회 홍성완 총간사는 한 인터뷰에서 “각자 지원하다 보니 중복되고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기 힘든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목사는 “일부 선교사들이 본국의 지원을 자신의 실적으로 포장하려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지원하는 쪽도 일부는 마찬가지”라며 “물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지원·봉사활동을 하시는 선교사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나가사키 지역에서 활동하는 현승건 선교사는 이에 대해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교단이나 교회 이름을 내세우기보다, 일본을 문화·사회적으로 변화시킬 역량을 키우기 위해 깊이 연구하고 합력해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모든 단체들이 한정된 물적·인적 자원을 유효하게 사용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과제에 대해 박종필 목사는 “‘섬김’은 내 방식과 생각대로가 아니라, 상대방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라며 “이를 지속한다면 일본인들은 교회를 신뢰할 것이고, 선교에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인들에게 한국이 일본의 좋은 친구로 남을 때 자연스러운 선교가 이뤄질 수 있다”며 “특히 일본의 한류 붐은 선교에 매우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완전한 복구를 위해 10년이나 20년, 혹은 30년 이상으로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른다”며 “한국교회가 일본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와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