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선거에 임하는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한 토론이 개최됐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전병금 목사, 이하 한목협)는 8일 오후 서울 성수동 성락성결교회(담임 지형은 목사)에서 제22차 열린대화마당을 진행했다.
3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 대해 한목협은 “양대 선거를 앞두고 희망없는 세대에 희망을 발견하게 하고,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균형있게 흐르도록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날 주제발제에는 김고광 목사(수표교교회, 한목협 공동회장)와 김선욱 교수(숭실대 철학과)가, 논찬에는 최부옥 목사(양무리교회), 최현범 목사(부산중앙교회)가 각각 나섰다.
김고광 목사는 ‘기독교와 우리의 정치’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며 '기독교 정당' 등 기독교인의 정치참여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선거철이 되면 교회 안팎에서 기독교 신앙을 내세우며 소위 말하는 '정치적 메시아'들이 등장한다"고 지적하고, "교회는 정치철학과 제도나 교회의 정치적인 태도에 대한 자기 성찰 없이 교회가 직접 '정치적 메시아'를 내세우고 싶은 욕망에 빠지기도 했고, 사실 오늘도 소위 말하는 '기독교 정당'을 통해서 '정치적 메시아'가 되려는 꿈을 버리지 않고 달리고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적 이상을 내세운 정치인들이 선거에 교회를 이용하고 반대로 교회가 그런 정치인들을 이용하는 과거 방식으로는 한국 사회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이번에도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한국교회와 기독교 자체가 한국사회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배척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의 기독교 정치인들과 한국교회 내 정치지향적인 사람들은 이제부터라도 권력을 위하여 교회와 기독교라는 간판을 투표에 이용하지 말고, 더욱 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과 소신과 인격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하고 기독교적 이상을 그 정치 현실에서 이뤄내려는 정치철학으로 이번 선거와 투표에 임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정치 발전에 공헌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교와 우리의 현실 정치’를 발표한 김선욱 교수는)는 "성서는 '세상'이라는 표현을 통해 우리에게 정치 공동체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 세상 가운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정치 공동체의 시민으로서 해야 할 역할은 '세상의 소금과 빛의 사명'이다"라며 "이는 정치가 부패되는 것을 막고 정치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길이 되도록 하라는 사명을 그리스도인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가 이념 체계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 정치가 하나의 이념 체계의 구성과 강요로 설정된다면, 이는 이데올로기가 되고 그 정치적 결과는 비극"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독교는 보편성을 지닌 가치 체계를 지니고 있기에 사회가 그릇된 길로 나아갈 때 그것을 비판하는 좋은 기준점이 된다"고 말하고, "이 경우 기독교는 시민들로 하여금 가치를 중심으로 여러 문제들을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며 "이런 노력 가운데 그리스도인은 정치 공동체 가운데 소금과 빛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김 교수는 "교회는 교인의 수만큼 사회 안에서 권력을 지닌다"고 말하고, "목회자가 이런 권력을 바탕으로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가려 한다면 신앙은 왜곡되고 사회는 교란된다"며 "목회자는 신도들이 선한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는 시민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하며, 신도들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 자신이 사회 안에서 권력적 지위를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목회자는 신앙과 정치 사이의 먼 거리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혜로운 그리스도인은 기독교적 가치의 정치적 의미를 잘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어떤 사람이 교회의 직분자라는 것과, 그가 바람직한 정치가인가의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하고, "자신의 삶을 바쳐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정치가의 길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에게 체현된 기독교적 가치를 통해 한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거나 또는 선거나 사회 참여를 통해 인간다운 사회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그리스도인은 신앙과 정치 사이의 가까운 거리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논찬자인 최현범 목사는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인간적인 통찰과 인간적인 능력에 의해서 세워진 정치세계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목회자나 신학자와 정치학 전공자들의 지속적인 만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된 기독교적 정치윤리는 정치공동체가 갖는 다양한 프레임의 가치방향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교회의 중요한 과제는 이런 기독교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말씀과 정치적인 정황 속에서 찾아가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최 목사는 "이번 선거에서 기독교인들은 후보자가 기독교인이냐 아니냐를 갖고 선택하기 보다는, 이러한 기독교적 가치에 얼마나 가까운 정책과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냐를 갖고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독교적인 정치행위는 기독교적인 가치를 사회 속에 실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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