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내기 대학생이나 졸업 예비생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는 토익이다.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학원을 찾는다. 학생들이 편입이나 취업을 하려면 토익점수가 필요하다.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대학생 3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년 대학생들의 취업 사교육비는 연평균 279만원이었다. 대학생들은 한 학기 등록금에 버금가는 수준의 사교육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토익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유수연'이라는 이름 석 자는 각별하다. '유수연=유토익'이라는 공식도 이제는 '유스타'로 확장되었다. YBM에서 대한민국 1등 토익강사로 근무한 그녀가 '유스타 잉글리쉬'라는 학원을 설립해 독립했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에게『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는 특별한 책이다. 이 책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토익'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대충대충 깔아놓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그렇게 깔아놓은 실패들이 나를 평범한 들러리로 만들 수 있다. P185
졸업을 앞둔 여대생은 고민 끝에 호주 유학을 결심한다. 평소에 영어를 잘하는 편도 아니었고, 특별히 유학을 준비할 만큼 공부에 뜻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에겐 '삼류 대학생'이라는 학벌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자신이 없었다. 초라한 20대를 연장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저자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
이 책의 목차는 주연 유수연이 아닌, 지나가는 행인 정도로 간주되는 엑스트라 유수연의 생존기다. "오늘을 다시 살라고 해도 이보다 더 열심히 살 순 없다", "내 패가 마음에 안든다면 판을 바꿔라", "미치려면 제대로 미쳐라"… 치열하게 고민한 만큼 저자는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산다.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하얏트 호텔 주방에서 각성제를 먹으며 일하다가 팔목에 화상을 입은 정도는 사소하다.
공부가 아니더라도 무엇이 됐든 2년만 죽었다 생각하고 올인하면 대부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들이 제일 한심하다. 일단 움직여라. 사진을 배운다면 사진 아르바이트도 뛰고, 경력도 쌓고, 동호회도 나가도, 공모전에도 도전해라. 그저 방 안에서 인터넷만 뒤지고 있지 마라. 그리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을 기웃거리지 마라. 내가 가지 못한 길에는 항상 미련이 남는다. 그 미련에 흔들리면 결국 어떤 길도 내 것이 될 수 없다. P55
저자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데 온전히 2년 정도 투자하는 것도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녀가 말하는 2년은 그 어떤 변명도 동반하지 않는 시간이다.
이 책은 남들이 다 아는 것, 남들이 다 하는 말을 답습하지 않는다. 저자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역설한다. 토익이 필요한 사회에 살고 있지만, 그 토익 준비로 인해 정작 소중한 것을 잃지 말 것.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저자는 경계한다.
지속적인 취업대란 때문에 학점을 관리하고 자격증을 준비하느라 대학시절만의 특권인 '자유로움'을 놓치는 많은 학생들. 누구보다도 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아왔기에 저자는 토익지상주의를 강조하지 않는다. 어서 빨리 토익을 끝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토익에 쏟는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내 최고의 토익강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래서 "기계처럼 풀어야 900점 넘는다", "졸거면 나가라"는 그녀의 까칠한 충고는 고단한 학생들에게 작은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