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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일보 사회일반] 최태원 SK 회장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힌 가운데, 노소영 관장이 과거 언론 매체를 통해 밝힌 시 구절이 관심을 끌게 한다.
당시 그녀는 언론을 통해 좋아하는 시로 홍사용(1900~47)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공개했다.
노 관장은 "어릴 때 아버지께서 종종 읊으시던 시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참 이상한 시도 다 있다 하면서도 그 비통한 어조가 가슴에 남았다"며 "나중에 이 시가 일제 강점기에 홍사용이라는 시인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와는 별 상관없는 시였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이 흘러 저와 남들의 고통도 알게 되는 나이가 됐다. 그때 우연히 이 시를 읽어 봤다. 어, 완전히 달랐다. 계속 울게 됐다. 계속 울고, 또 어떨 때는 울고 싶을 땐 일부러 꺼내 읽는다. 마음껏 목놓아 울고 나면 힘이 생겼다. 어려운 때를 넘고 갈 만한 힘이 생겼다. 울음 안에서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그 옛날 시인도 나와 똑같은 걸 느꼈구나.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진정한 슬픔 속에서 우리는 하나가 됐다. 거기서 힘을 얻었다"며 말못할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러면서 "눈물의 왕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왕으로 태어났으나 세상에서 홀대를 받고 있는 한국민의 한과 설움이다. 우리는 진정한 슬픔 가운데 하나가 된다"며 "너도 나도 다 눈물의 왕이라는 걸 알고 나면 적의와 경계심이 사라진다. 눈물의 왕들이 눈물 대신 악을 쓰기에 세상이 이토록 팍팍한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마무리했다.
노소영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맏딸로 미국 윌리엄 앤 메리 대학교를 졸업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1988년 최태원 회장과 결혼한 노소영은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노소영 관장이 읽은 홍사용(1900~47)의 '나는 왕이로소이다' 일부분
누런 떡갈나무 우거진 산길로 허물어진 봉화 뚝 앞으로 쫓긴 이의 노래를 부르며 어슬렁거릴 때, 바위 밑에 돌부처는 모른 체하며 감중연(坎中連)하고 앉았더이다.
아아, 뒷동산 장군 바위에서 날마다 자고가는 뜬 구름은 얼마나 많이 왕의 눈물을 싣고 갔는지요?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니의 외아들
나는 이렇게 왕이로소이다.
그러나 눈물의 왕
이 세상 어느 곳에든지 설움이 있는 땅은
모두 왕의 나라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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