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병길 목사

우리가 중동하면 테러부터 연상하게 한다. 테러는 유태교, 기독교, 이슬람의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비롯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매일 일어나고 있는 국제뉴스의 한 면을 장식하는 중동관련 사건들은 역사가 계속되는 한 지속 될 것이다. 2008년 말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간의 갈등이 국제 현안의 최대 과제로 지속되고 있다. 마치 "예루살렘은 그 사면의 국민에게 혼취케 하는 잔이요, 모든 국민에게 무거운 돌이 되며 천하만국이 그것을 치려고 모인다"(슥12:2-3)는 성경의 예언이 현실화 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 때가 언제인지는 모르나 UN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어떠한 해결책이나 대안도 없이 서구와 이슬람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원래 하마스는 1920년대 이집트‘무슬림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로 설립되어, 그동안 팔레스타인 주민의 교육 및 의료와 구제사업 등을 전개함으로써 팔레스타인 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힘은 과거 이스라엘의 지원도 한 몫을 했다는 비판도 있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맹위를 떨치던‘야세르 아라파트’의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장이 이끌던 파타(Fatah)와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하여 이스라엘이 측면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슬람근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이스라엘 지도부의 오판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분리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최근의 상황을 자초했으며, 앞으로도 계속되면서 서구와 이슬람권의 극한 갈등과 대립은 국제질서의 중심에 서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현재 더욱더 고조되고 있다. 이슬람의 맹주를 지향하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2000㎞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이슬람의 과격근본주의세력을 고무시키면서 서구와의 갈등은 노골화시키고 있다. 특히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는 2009년 9월20일 이슬람의 최대명절의 하나인 라마단(금식월)이 끝나는 '이드 알 피트르'축제를 축하는 연설을 통해 "이슬람국가의 삶에 끊임없이 고통을 주는 시오니즘(이스라엘)이라는 악성종양을 제거해야한다"고 발언한데다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홀로코스트는 거짓말이며 시오니즘제국을 만들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고 강조하면서 이에 대항하는 것이 국가적이며 종교적인 의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지속 될 수밖에 없는가. 그것은 중동이라는 지역적인 특성과 그 속에 내재된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 온 성경과 꾸란의 정신과 문화적인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을 다스렸던 아하수에로, 알렉산더, 시저, 나폴레옹 등 수많은 영웅들은 신성까지 겸한 위대한 지도자로서 자처하면서 강력한 제국을 세우고는 세계 역사의 주인공이 됨으로써‘중동을 다스리면 세계를 다스린다’는 말처럼 제국의 꿈을 이루려 했던 곳이다. 
 
우선 지역적인 특성을 보자. 중동이라는 개념은 1930년대 후반 영국정부가 중동사령부를 설립하면서부터 중동이란 용어가 공식화 되었다. 유럽적 시각에 의한 지정학적인 개념으로서 동향(East), 근동(Near East), 오리엔트(라틴어), 레반트(이태리어, 해 뜨는 곳) 등으로 불리어진 지역이다. 중동의 대략적 위치는 역사학자들이 비옥한 초승달지역(Fertile Crescent)이라고 부르던 곳이다. 티그리스 유브라데스 강으로부터 시리아 사막의 북쪽 끝을 돌아 동 지중해 연안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가며 나일 계곡까지 뻗치는 거대한 아치형의 활처럼 굽은 모양의 비옥한 땅으로 인류문명사의 출발을 알린 곳이다. 

 

다시 말해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전 유태인과 아랍인의 조상이요, 기독교인의 믿음의 조상이었던 아브라함이 가족과 함께 현재의 이라크 알 바스라 지역인 갈대와 우르 지역을 떠나 터키의 하란을 거쳐 팔레스타인 땅에 거주하면서 여행을 하였던 지역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곳은 일찍부터 강물에 의한 관계와 풍부한 겨울비가 기름진 땅을 만들어 주었으며, 인류의 조상들은 이 땅에 정착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문화의 불을 피우면서 인류문명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러니까 성경과 꾸란을 낳게 했던 아브라함이 지나온 지역이다.             
 
신학자 중에는 중동이 바로 태초의 에덴동산이 있었던 곳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에덴동산에는 네 강이 있었는데 첫째가 비손강, 둘째가 기혼강, 셋째가 티그리스강, 넷째가 유프라데스강이 있었다(창2:10-14). 당시에는 지구가 현재와 같이 나누어지기 전(창10:25)인데다가 대지진으로 인하여 “그 때의 에덴의 모든 나무 곧 레바논의 뛰어나고 아름다운 나무들로 지하에서 위로를 받게 하였다”(겔31:10)고 하면서 현재의 석유가 되었다고 강조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인류문명의 발상지로서 고대에는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페르시아문명이 시작하였으며, 그리스-로마문명이 꽃피웠던 곳이다. 중세에는 비잔틴과 이슬람의 중심무대였고, 근세에는 이 지역지배자가 곧 세계사의 주역을 자처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오스만제국의 뒤를 이어 식민제국주의 시대의 절정기를 맞이했다. 현대는 탈 냉전이후 미국은 걸프전을 기점으로 이라크 전쟁 등 신질서 구축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임을 확인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동지역은 일신교인 유태교 기독교 이슬람을 낳은 정신․문화적인 본향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유태교와 기독교를 낳은 성경과 이슬람을 낳은 꾸란이 기록된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500년(신약성경은 약 2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성경과 약 1500여년을 지나온 꾸란이라는 두 권의 경전은 인류문명사를 이끌어 왔으며, 세계적인 지배 이데올로기의 근원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2007년 12월 이코노미스트의 자료에 의하면‘세기의 책 성전(聖戰)’이란 내용에서 성경은 전세계 2천426개 언어로 번역되어 약 20억명에게 배포됨으로써 1초에 1권씩 배포되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꾸란은 번역을 꺼리는 관행에도 불구하고 영어본 20여종을 포함하여 약 3000만부를 16억명 이슬람 무슬림들에게 배포하면서 최근에는 꾸란 MP3 파일까지 등장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성경과 꾸란은 세기의 책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 성경이 서구의 정신문화의 근원을 이루고 있다면, 꾸란 역시 이슬람권의 정신적인 최고의 지주로서 심지어 꾸란 전체를 암송하면서 이슬람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탈냉전이후 문화적 가치가 세계질서의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 할 수가 없다. 세계화라고 하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서구문명 중심에서 문화상대주의의 전환이 불가피하지만 현실은 이론이 아니라 실제라는 점이다. 21세기는 새로운 종교전쟁의 가능성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그 전쟁의 가능성이 제일 큰 곳이 바로 중동지역이다. 새로운 세계적인 영웅이‘중동을 다스리면 세계를 다스린다’는 역사적인 교훈을 따라 중동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갈등이 고조될 때에 '세계의 마지막 전쟁터’가 될 것이라는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계속)
 
문병길 목사 (엘림교회 선교목사, 전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종교근본주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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