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첫 인상만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니다. 덥수룩한 수염에 구수한 입담이 숨어 있고 앞으로 내려 기른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가 숨어 있다. 잘 안될 것 같은 일이 있으면 오히려 오기로 한판 붙어볼 사람이다. 김종철(사진) 감독이다.
하긴 25년간 방송국에 몸담으며 그는 일종의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다. KBS 빅쇼, MBC 김한길과 사람들, 와우 동물천하, SBS 황수관의 신바람 건강법, 기쁜 우리 토요일, 호기심 천국, 솔로몬의 선택, 생활의 달인 등이 다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런데 그가 방송작품에 손을 대어 흥행할 때마다 하나님은 김 감독 자신에 손을 대어 새로운 일을 꿈꾸고 계셨던 것 같다. 개척이 전혀 안된 황무지와 같은 기독교 다큐멘터리 시장, 게다가 흥행한다 해도 이익보다는 손해가 날 것 같은 이 사역에 김 감독은 이끌림을 받았다.
방송을 위해 40여 차례 이스라엘을 방문하며 민족 간의 분쟁, 종교적 갈등, 문화의 충돌을 직접 보며 이스라엘을 향한 마음을 품게 됐고 이런 경험에 더해 치밀한 연구와 고증작업을 하며 50여권에 달하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신앙심과 소명에 대한 확실함, 탄탄한 실력과 노력까지 더해 2009년 다큐멘터리 <회복>이 탄생했다. 이스라엘의 핍박받는 메시아닉 쥬의 삶을 조명한 이 다큐는 비신자들까지 극장을 찾으며 무려 16만5천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극장 밖에서 상영된 것까지 합치면 40만명에 달한다. 기독교 다큐가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던 시절이다. 이 영화는 전세계로 퍼져 나갔고 제5회 모나코국제영화제에서 다큐 부문 그랑프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연이어 2010년에 팔레스타인 크리스천들의 이야기를 담아 <용서>를 제작해 또 한번의 히트를 쳤다. 그의 다큐가 매력적인 이유는 감동적인 영상미와 직설적인 화법, 탄탄한 구성에 있다. 예수 믿는 유대 사람, 예수 믿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다소 접근하기 힘든 인물들을 발로 뛰어 찾아내고 조사, 탐구하는 작업을 통해 그는 “과연 신앙이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영상에 담아 던진다. 이 과정에서 그가 경험하고 들은 초월적인 간증들도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