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노
▲푸른교회 조성노 담임목사

<선하신 하나님께서 아무런 까닭도 없이 너를 이런 곤경에 처하게 하시겠는가? 천사들도 허물이 있다는데, 잘 생각해 보라! 뭔가 큰 잘못이 있지 않고서야 하나님이 너를 이렇게까지 치시겠는가?> 이렇듯 자신의 상처를 건드리는 친구들 앞에서 욥이 하나님에 대한 섭섭한 심사를 토로합니다. <악한 자들이 도리어 늙도록 잘 살고 있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언제 그들의 최후가 폭풍에 날리는 겨 같이 된 적이 있더란 말인가? > 하며 자기는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고, 뿌리가 물가로 뻗은 나무처럼 번성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이 무슨 변이냐며 하나님께 항의했습니다. 그것은 <이 나이가 되도록 하나님을 믿어 봤지만 다 소용없더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욥의 이런 탄식과 항변이 지금도 오직 하나님의 의로우심만을 믿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당혹감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신앙이 가르치는 길을 따른다는 것이야 말로 많은 경우 세상살이에서는 늘 손해를 봐야 한다는 사실을 뜻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따질 것을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고 화낼 일도 어떻게든 참고 넘어가야 하고 제 몫으로 다 챙겨도 성에 차지 않을 마당에 그것마저 남과 나누라는 통에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적지않습니다. 이 눈치 저 눈치를 살피며 최대한 일신의 안위를 도모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불을 보듯 뻔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는 자가 되라니 그 또한 죽을 맛입니다. 성경은 항상 약삭빠른 자가 아니라 오히려 미련한 자란 소리를 듣기 딱 좋은 처신만을 가르쳐 줍니다. 정말 십자가는 바울의 말대로 세상이 비웃는 어리석음의 극치요 결코 마음 편히 다가갈 수 없는 거리낌의 절정입니다.

주님도 그러셨습니다. 제자들을 좀 더 호전적으로 훈련시키고 더 많은 군중들을 조직하여 예루살렘으로 진격하셨던들 그렇게 허무하게 당하시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주님도 제자들 편에서 보면 답답하리만치 세상 물정을 모르는, 그저 꿈속에서나 사는 순진한 이상주의자였을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세상적 지혜란 지금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풍세를 살펴 내가 과연 어느 쪽으로 돌아누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누가 과연 바람이 다니는 길목을 알며 구름이 멈춰서는 자리를 미리 정할 자가 있겠습니까?
하나님도 욥에게 그렇게 반문하셨습니다. <너의 지혜가 그토록 깊은가? 네가 인생을 다 살아봤는가? 바닷속 그 깊은 근원까지 가보았는가? 눈을 쌓아 놓은 창고에 들어가 보았는가? 우박 창고에 들어가 보았는가? 해가 뜨는 곳과 동풍이 부는 그 시발점에 가보았는가? 네가 사자들의 먹이를 계속 댈 수 있으며 악어의 입속에 손을 넣고도 그 손이 성할 성 싶은가? 매가 높이 솟아 남쪽으로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것과 독수리가 하늘 높이 떠서 높은 곳에 보금자리를 튼 것이 네 명령에 따른 것이더란 말인가?>

이게 무슨 말씀입니까? 세상 모든 이치를 네가 한 손에 다 거머쥐고 있는가? 바람 부는 그 시작도 알지 못하면서 어찌 그 끝을 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그러니 제발 지금 잠시 부는 북풍에 목숨 걸지 말라는 것입니다. 모진 찬바람 한 줄기 당했다고 마치 세상 모든 불행을 혼자 다 당한 듯 엄살부리며 제멋대로 하나님의 경륜을 예단하며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상이 보기에는 미련하고 어리석은 듯해도 이 우주에서 하나님의 지혜를 당할 자는 없고 세상이 보기에는 이미 다 끝난 듯해도 하나님이 경영하시는 역사의 드라마에는 언제든 세상 모든 교만을 뒤집는 반전의 호쾌한 한 방이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욥은 <내가 내 모든 말을 스스로 거둬들이고 티끌과 재 가운데에서 회개하나이다>(욥 42:6)하며 깊이 승복합니다.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입니다. 욥처럼 하나님에 대한 불편한 마음, 억울한 마음, 피해의식, 공치사 같은 누추한 심기들을 다 내려놓읍시다. 오직 가난한 마음, 투명한 마음, 자복하는 심령으로 주님의 성탄을 준비합시다.

/노나라의 별이 보내는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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