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주관하는 이달 월례포럼에서는 ‘종교와 정치’ 문제가 다뤄졌다. 이 포럼에서 김진호 목사(동연구소 연구실장)는  기독교의 교세 감소 원인을 진단하는 한편, 이와 맞물려 펼쳐지고 있는 기독교의 정치세력화가 갖고 있는 위험성을 차분히 논했다. 본지는 그의 동의를 얻어 강연문 ‘교세 감소와 정치세력화, 위험한 만남’를 총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머리글_1990 이후
 

▲ 김진호 목사. ⓒ베리타스 DB


1990년은 한국 개신교 역사에서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1960~1990년 사이에 가파르게 성장했던 개신교의 교세가 1990년을 기점으로 급속한 정체기에 들어갔다. 1961~1970년에 412.4%, 1971~1977년에 56.7%, 1978~1985년에 29.7%, 1986~1991년에 23.9%로 매우 높은 성장추세를 보여주었는데, 1992~1995년 사이에는 9.0%로 성장세가 급락했다. 그리고 2005년 인구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1995년에 비해 개신교 신자의 수가 1.6% 감소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드디어 개신교 신자 추이가 감소기에 돌입한 것이다. 소폭의 감소임에도 그간 고속성장을 계속해왔던 추이와 비교하면 급격한 반전의 계기점이 1990년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한국 개신교가 그간의 성장주의를 지양하고 성숙을 추구한 결과가 아니다. 1997년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발표한 <제3차 한국인의 종교실태와 종교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9.6%가 ‘종교단체가 참 진리보다 교세확장에 치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종교일반이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여기에는 개신교에 대한 집합적인 기억이 압도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의문의 여지없다. 성장주의를 추구하는 종교행동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교세가 감소한 것이다.
 
내가 여기서 교세의 감소 현상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은 최근 한국 개신교의 일련의 문제적 행위들의 배후에는 교세 감소로 수렴되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교세 감소의 배경을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그 위기감과 그로 인한 기독교의 직접적인 대응행위들이 다른 위기를 초래하는 악순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이야기할 것이다. 특히 교세 감소에 대한 신앙적 반작용이 삶의 공공적 영역을 잠식하고 신앙적 영성의 사회적 의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자 한다. 이것은 신앙이 사회적 성찰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여 악순환하는 위기 상황은 한국 개신교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종교로서 자리잡을 수 있는 가능성에서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 즉 교세 감소의 사회학은 신앙의 ‘사회적 영성화’(social spiritualization)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제 교세 감소는 신앙적 위기의 구조적 요소로 작동하게 된다.
 
한편 1990년 이후 교회의 행보 가운데 중요한 세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 (1)해외선교의 활성화, (2)번영신학적 주체화 경향(후기자본주의적 신앙화 현상), (3)정치세력화가 그것이다. 나는 이 세 가지를 교세 감소 현상과 그로 인한 위기감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세 가지 행보가 교세 감소의 위기감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행위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들이 1990년대 이후 한국 개신교를 추동하는 주요 요소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교세 감소의 위기의식이 의도하지 않은 중에 작동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여 이 세 가지를 다루는 연구는 최근의 한국 개신교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글은 이 세 가지 가운데 정치세력화에 초점을 두고 논의를 펼치고자 한다. 정치세력화의 현상을 살피고, 그것이 교세 감소에 관한 위기의식과 결합되어 정치담론화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의 결론으로 그것의 (사회문화적) 효과에 대해 논할 것이다.
 
여기서 초점은 정치세력화가 신앙의 사회적 공공성을 확대시키고 있는지에 있다. 민중신학에서 ‘공공성’의 문제는 ‘원초적 죄’, 곧 인간 죄성의 원형 문제이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독교의 행보가 갖는 내재적 위기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 그것은 결론부에서 다시 언급할 신앙의 ‘사회적 영성화’의 문제와 직결되는데, 최근 한국기독교의 정치세력화는 삶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신앙운동으로 재정립되지 않는 한,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신앙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 결코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할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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