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출처 = 100 러브 노츠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100LoveNotes/)) 이형씨 가족
Photo : 출처 = 100 러브 노츠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100LoveNotes/)) 이형씨 가족
100 러브 노트 중 일부
100 러브 노트 중 일부

부인을 암으로 먼저 보낸 슬픔을 딛고 사랑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한국계 미국인의 이야기가 미국과 전 세계를 잔잔한 감동으로 물들이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고위 공무원인 시행정 담당관 보좌관으로 일하는 한국계 미국인인 이형씨는 검사 및 경찰 변호사였던 아내 캐서린 장가(Catherine Zanga)를 지난해 11월 난소암으로 잃었다. 15년의 결혼 생활 끝에 찾아온 비극이었다. 아내는 결혼생활 11년차이던 지난 2012년 난소암 4기 진단을 받았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 7살 아들 알렉스(Alex)와 10살 딸 애나(Anna) 등 아이 둘을 남겨두고 세상을 먼저 떠난 아내의 기일 1주년이 다가왔다.

이씨는 1주년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서 아내를 잃은 고통과 슬픔에 계속 눌려 있거나 여기에서 벗어나 다른 무엇인가를 하는 두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씨는 아내의 죽음 이후로 정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고, 1주년이 다가오자 이것이 더 심해졌다.

그러나 9월이 시작되면서 이씨는 마침내 이제는 세상에 없는 아내를 특별한 방법으로 추모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바로 아내를 기념하는 사랑의 편지 100통을 쓰는 것이었다.

이씨의 친구들도 이씨의 계획을 안 뒤 편지 내용과 사연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자면서 홈페이지 개설에 나섰다. 그래서 이씨가 쓴 사랑의 편지 100통은 홈페이지(www.100lovenotes.com)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씨는 그리고 지난 20일에는 두 아이와 친구들과 함께 거리로 나가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사랑의 편지 100통'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나눠줬다.

이씨는 ABC 방송에 "처음 60통은 함께 했던 우리의 삶에 대해, 다음 30통은 암투병 기간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 10통은 아내와의 상상 속의 대화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 아내가 누구인지, 그녀가 얼마나 특별했는지 온 세상이 알게 하고 싶었다"면서 "그녀에게도 그렇겠지만 이것은 나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씨와 두 자녀, 친구들은 거리에서 자신들이 나누어주는 편지를 받은 이들에게 우리 가족의 사랑과 삶의 이야기라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편지를 건네달라"고 말했다.

편지를 받은 이들은 편지에 담긴 내용과 이 편지가 쓰여진 사연을 알게 되자 감동을 받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이들이 트위터에 '사랑의 편지 100통(#100LoveNotes)'이라는 해시태그(#)로 글과 사진을 올리면서 이씨는 화제의 인물이 됐다. 이씨의 편지에 마음이 움직인 사람들은 또 가족이나 친구 등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사진들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역 언론 샬럿옵저버를 시작으로 미국 주요 언론들은 물론 전 세계 언론들까지 이씨의 '사랑의 편지 100통' 사연을 비중 있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편지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테스트해볼 필요도 없지. 나는 당신을 믿고 또 나를 믿어.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우리는 처음 보는 이상한 음식을 함께 먹고, 이상한 러시아 연극을 함께 봤었지. 지금 당신에게 키스하고 싶다면 이상할까?", "나를 따라 산꼭대기로 가자. 내 손을 잡아. 네가 떨어질까 두려워. 나 혼자 가게 하지 마"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이씨는 샬럿 옵저버에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그들에게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와 사랑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고 싶었다"며 지금도 부인과 단 1분 만이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원래 계획은 침대에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슬픔에 빠져 있는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해 아침에 일어났고, 이 일을 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세상을 떠난 부인 캐서린 장가는 공익 변호사이자 지역 검사로 일했던 지역사회 일꾼이었고, 이씨 역시 한국계 미국인으로 흔치 않게 수도 워싱턴D.C. 등에서 1995년부터 공직에 복무하고 있다.

이씨는 앞으로 이 편지를 책으로도 만들 계획이며, 아내를 추모하기 위한 이벤트들을 계속할 생각이다. 이씨는 피플지에 "아내는 자신이 잊혀지는 것을 두려워했다"면서 "아내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녀를 기억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내 아이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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