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취재한다는 것은 혼돈, 파괴, 죽음으로 찢겨진 장소에 가 사실을 증명하려 시도하는 것이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마리 콜빈(여·56·미국)은 CNN을 통해 "모든 주택이 공격당했고 내가 숨어 있는 건물 맨 위층도 완전히 파괴됐다"며 시리아 반정부 거점인 홈스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그녀는 한 여자 아이가 숨을 거두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봐야 했다.
다음날 22일 로이터 통신은 시리아 정부군이 쏜 로켓포 11발이 떨어져 홈스의 한 아파트에서 마리 콜빈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목격자들은 "이번 포격으로 2~4명의 기자가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마리 콜빈의 모친 로즈마리 콜빈은 23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당일 새벽 5시에 전화벨 소리를 듣고 딸에게 변고가 생겼음을 알았다며, "딸이 사망한 날이 시리아에서 철수하기로 예정된 날이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일에 신념과 열정이 강한 딸에게 분쟁지역 취재는 그 자체가 삶의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회사측에 따르면 현장상황이 위험해지고 있으니 전날 철수하라고 지시했지만 콜빈은 쓰고 있던 기사를 마무리하고 가겠다며 하루를 늦췄다는 것이다.
콜빈은 예일대를 졸업하고 영국 선데이 타임스에서 20년 넘게 세계 각지의 분쟁 지역을 찾아다녔다. 1990년대 코소보와 체첸, 동티모르에서 취재했으며 리비아에서는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콜빈은 2001년 스리랑카 내전을 취재하다 한 병사가 던진 수류탄에 맞아 왼쪽 눈을 잃고 검은색 안대를 착용해야만 했다.
'현장으로 가라. 그림 그리듯 대충 쓰지 말고 기사에 최대한 생명을 불어넣어라'는 자신의 신조에 투철한 콜빈은 사실적인 글쓰기와 투철한 기자정신으로 유명했다. 2010년에는 영국 세인트브라이드 성당에서 우리의 임무는 이 끔찍한 전쟁을 보도하는 것이라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콜빈과 함께 시리아 사태를 취재했던 레미 오슐리크(28·프랑스) IP3 사진기자도 사망했으며, 앤서니 샤디드 뉴욕타임스 중동특파원(43·미국)은 지난 16일 잠입 취재 중 숨졌다.
이에 대해 국제적십자사는 "기자들의 죽음이 시리아 주민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