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기감 수표교교회(담임 김용성 목사)가 최근 "위험사회와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2015 수표교교회 포럼'을 열고, 이재열 교수(한림대)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이재열 교수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이슈는 ‘풍요의 역설’"이라 말하고, "폭발적인 고도성장을 이룬 지난 수십 년의 역사 이후, 오히려 불만과 불신, 그리고 불안은 더 커졌다"면서 "한국교회 역시 폭발적 성장 이후, 세계적 대형교회들이 즐비한 한국에서 교회의 위기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위험관리 역량이 취약한 2015년 한국은 두 개의 전선(戰線)을 가진 불안사회"라 표현하고, "첫째는 아직 청산하지 못한 과거형 위험인데, 졸속적 근대화 과정에서 빈발한 실패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결과 이 위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 했다.
더불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미래 위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세계화와 네트워크화로 복잡하게 얽히고 긴박하게 맞물린 세계에서 돌발적 재난이 증가하고, 광범한 기술진보와 고삐 풀린 자본의 전지구적 쏠림으로 인해 노동의 종말이 현실화했다"면서 "생애 전 과정이 모두 위험으로 인식되는 반면, 전통적인 안전장치인 가족과 공동체는 와해되었고, 국가의 복지투자는 아직 초보수준"이라 했다. 덧붙여 "그 격차만큼 자살자도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이재열 교수는 "이러한 위험사회에 제대로 부응치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뿐만 아니라 "교회 스스로의 정체와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표현한 이 교수는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는 닮은꼴 위험에 놓였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할까? 이 교수는 "교회와 사회의 공공성을 높이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그 해답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크리스천들이 모두 자신과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우선"이라 했다. 더불어 "조직으로서의 교회의 역할을 따지자면, 공익성과 공개성, 투명성과 참여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하고, "이를 통해 교회의 품격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점차 위험해지는 한국사회에서 교회가 더 확실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 했다.
특히 이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교회의 위기가 교인수의 감소나 교회 예산의 감소에 있지 않다"고 말하고, "보다 근본적인 위기는 하나님 나라의 ‘권위’가 사라진다는데 있다"면서 "권위의 원천은 신뢰와 카리스마인데, 진정으로 하나님 나라를 전하는 깊은 영적 울림에 대한 신뢰, 그리고 넘치는 은혜에 대한 공감"이라 했다. 그는 "이것이 사회적으로 만들어내는 파장과 흔적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각자도생(各自圖生)’을 넘어 ‘함께 배려하는’ 안심사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광복 70년, 산업화로 ‘성장’을 이루고, 민주화로 ‘자유’를 구현한 한국이 지향할 다음 단계는 사회적 위험에 함께 대비하는 ‘공화’(共和)의 구현"이라며 "혹독한 가난과 전쟁, 그리고 식민지의 유산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성령과 축복의 힘으로 급속히 성장한 한국교회가 맞이하고 있는 과제도 ‘함께 어울리는 배려’와 높은 공공성을 발휘하는 ‘성숙한 교회’가 되는 것"이라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이재열 교수의 발표에 대해 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이 논찬자로 수고했다. 수표교교회 김용성 담임목사는 "2007년부터 수표교교회 창립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수표교포럼이 위기와 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작지만 의미 있는 외침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하고, "신앙과 공공성의 관계, 개인의 구원과 사회의 구원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고, 위험하고 불안한 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면서 이번 행사 개최의 취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