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
▲이영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기독일보DB

서론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은 숫한 역사적 도전에 맞서 독특한 민족문화를 창출하고, 세계사 속에서 그 존재를 부각해 왔다. 그러나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일본 제국주의의 도전을 이겨내지 못하고 1910년 나라의 주권을 잃고 35년간의 민족적 고난을 겪었다. 그리고 제2차 대전의 부산물로서 열강에 의해 주어진 광복은 동, 서 냉전의 정치, 전략적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분단'이라는 역사적 도전을 우리 민족에게 부과했다. 그리고 분단은 한민족 공동체를 정치적, 경제적, 사회 문화적으로 분리시켰다. 이미 냉전시대가 종식된 지 오래되었지만 한반도의 분단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남북한 사이의 이질성은 심화되고 있다. 그러므로 더 늦어지기 전에 남북의 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에 대한 논의를 전교회적으로, 나아가 전사회적으로 불붙여야 할 것이다.

남북통일의 당위성

어느덧 분단 70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남북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서있다. 동서독이 1989년에 통일된 것을 비롯하여 지구상에 크고 작은 분단국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통일을 이루었다. 이제 지구상에서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것은 우리나라뿐이다. 그러므로 한반도의 분단은 세계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남북통일은 민족의 자주성과 동질성을 회복시키고 한반도의 평화를 안정적이고 영구적으로 정착시키는 최선의 길이다. 또한 남북통일은 정치·경제적 안정을 통한 민족 공동번영의 토대를 마련할 뿐 아니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독교적 입장에서 남북통일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이라는 측면에서 당위성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의 역사 속으로 친히 들어오셔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막힌 담을 허시기 위해 친히 화해의 제물이 되셨다. 그리스도는 남북 간에 막힌 담을 헐고 하나가 되도록 역사하시는 "화해의 주님"이시다. 예수님이 제시한 화해는 수직적 차원에서는 하나님과 인간의 화해요, 수평적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화해를 이루는 총체적이고 전인격적인 화해였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뿐 아니라 분리된 민족의 화해를 위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남북통일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질 때 북한과 세계를 향한 선교의 비전이 성취될 것이다.

독일교회의 모범

한국교회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통일을 이룬 독일의 경우를 보며 통일을 위해 교회가 감당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동독과 서독의 교회는 각각 통일을 위해 주도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독일의 통일 운동은 동독 라이프치히의 니콜라이 교회의 기도회에서 시작되었다. 동독 공산당의 감시와 탄압이 있었지만 니콜라이 교회에서 열린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회는 결국 통일의 도화선이 되었다.

서독의 교회는 재정적으로 동독과 동독의 교회를 지원하며 통일에 이바지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분단 시절 서독은 동독에 1,044억 5,000만 마르크라는 액수를 투자했는데 이 중에서 78%인 748억 마르크를 민간이 지원했으며, 민간 지원의 대부분은 서독교회와 신도들에 의해 모아진 것이었다. 또한 정부 차원의 대동독 지원은 1972년에 시작됐지만 민간 차원의 교류는 교회를 중심으로 1950년대부터 진행됐었다.

기도와 화해 그리고 나눔에 기초한 남북통일

한국교회도 독일교회의 이러한 행보를 본받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남북통일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며 나아가 남북이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는 화해의 역사를 실현해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첫째, 한국교회는 기도운동을 통해 복음으로 이루어질 평화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를 통해 남북의 교회가 서로 협력해야 하며 정기적인 연합 예배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연례행사로 남북 교회 간 교류가 있었는데 이것이 더욱 확대되어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남한의 교회 안에서도 통일을 위한 기도의 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2015년 8월 9일 서울광장에서 한국교회가 진보, 보수의 구분 없이 함께 모인 '한국교회 평화통일 기도회'는 이런 기도 운동의 일환이다.

둘째, 한국교회는 심각한 자연재해와 경제정책의 실패로 인한 북한동포의 고통에 공감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의 사회복지선교를 실행해야 한다. 사회복지선교는 민족의 아픔을 나누고, 남한에 대한 적대감을 해소시키고, 하나의 민족이라는 민족공동체의 인식을 심어나가는 교회의 중요한 사역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배고픈 군중을 향하여 영혼의 양식과 육신의 양식을 같이 공급해 주셨다.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인적 구원의 복음이라는 것을 실제적인 사랑 나눔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사랑의 힘으로 북한 사회를 서서히 변화시키고 억압적인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

그러나 대북 지원에 있어서는 교회의 순수한 동기가 북한 당국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현실적으로 지혜로운 방법을 연구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한기총에서 전개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일, 그들이 남한 사회에 와서 정착하는 일에 교회는 복음과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약 200억 원의 재정을 투자하여 북한에 유일하게 없는 병원인 심장전문병원을 건축하고 있으며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자유시민대학을 설립하여 북한이탈주민의 성공적인 정착과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또한 북한선교회는 조직해 '북한 민둥산 나무심기 운동', '북한의류·식량·의약품보내기', '북한이탈주민과 그의 자녀 지원하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NGO 굿피플에서는 '만원의 기적' 캠페인을 통해 북한의 결식아동을 돕고 일을 진행하고 있다.

셋째, 사회복지 선교와 함께 한국교회는 통일 후 북한에 교회를 재건하는 일에 대한 현실적 인식을 가져지고, 재정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한기총은 1995년 5월 북한교회재건운동 본부를 조직하고, 북한의 교회에 대한 사료 연구 및 발굴을 거쳐 2천 9백여 교회의 존재를 발견했다. 이 교회들을 전부 재건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이 교회들을 재건할 기금 마련을 위해 한국과 해외의 한인교회들을 연계시키는 작업을 마쳤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 북한교회 재건운동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북한 기독교 회복을 위한 기금을 적립하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현재 한국교회는 북한교회의 지원을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방법에서 탈북동포선교 및 북한지하교회 육성을 하는 등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기총에서는 통일선교대학을 세우고 1998년부터 2010년까지 2,100명의 북한선교를 위한 전문가를 양성한 바 있다.

또한 통일시대를 위한 '기독교통일기금'을 마련해야 한다.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대한민국의 광복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것처럼 통일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갑작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통일에 대한 준비를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 한국의 55,000개 교회가 교회 예산의 1%를 통일기금으로 모아 통일 기금을 만든다면 갑작스럽게 이루어질 통일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금은 무너진 북한의 교회를 세우는 것뿐 아니라 학교와 병원 등 사회복지의 기반을 닦는 데 쓰일 것이다. 요셉이 7년의 흉년을 위해 7년의 풍년 동안 준비하였던 것처럼 한국교회는 다가올 통일시대의 선교를 위해 인적, 물적 자원을 준비해야 한다.

넷째, 한국교회는 독일 통일의 실례에서처럼 체제적 통합만이 통일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통합이 수반되어야 진정한 통일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한반도 분단의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민족의 이질화가 사회문화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점을 생각할 때에 이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독일의 경우는 정치적 통일을 이루어도 사회적 통합을 이루지 못하면 불완전한 통일임을 보여준다. 통일 20주년 특집 베를린신문(2008년 12월 5일자)의 통일결산서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독일 대학의 17명의 학자들이 1,800명을 인터뷰했는데, 동독인 중 67.4%, 서독인 55.3%가 서로를 이방인으로 느끼며 살아간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동독인 3분의 2가 자신을 이등시민이라고 느낀다고 답했고 자신의 능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한 동독인은 무려 4분의 3에 이른다고 하였다.

독일보다 분단의 시기가 길고 상호 교류가 훨씬 미비한 한국의 경우 민족 통합이 보다 어려울 것이라 예상이 된다. 북한사회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연구와 교육이 교회 안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통일된 한국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심각한 문화적 차이 안에서 새로운 가족, 종교, 교육, 정치제도 등을 형성하기 위해 수없는 조정과정을 포함할 것이다. 이 과정은 특히 북한주민에게 어려운 과정일 것이다. 통일한국은 민주적, 자본주의적 체제를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된 사회를 위해 복음에 기반을 둔 정신적 기초를 세우는 일은 한국교회가 해결해야 하는 도전적 과제이다. 분단의 아픔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는 통일에 대한 의식이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 이 새로운 세대에게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교육하고 민족의식을 고취시켜 통일 이후 우리민족이 겪게 될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로 키우는 것도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결론

21세기 한국교회는 민족통일과 민족복음화라는 역사적 과제를 안고 있다. 한반도의 환경은 남북한의 통일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 환경의 변화와 북한체제의 존립의 방식은 통일에 대한 미래적 예측에 있어 늘 변수가 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한국교회는 통일과 민족 화합 및 한민족 복음화를 위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에 대한 다양한 사회복지 선교의 노력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 통일 후 대북선교를 위한 실천적이고 현실적 준비를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민족 이질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차원의 통일민족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사회문화적 차원에서의 통합을 위한 교육적 차원에서의 준비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교회는 이제 시대와 환경에 매몰되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한민족 공동체를 위한 선도적 역할을 자각하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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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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