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예수원(대표이사 벤 토레이 신부)이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설립자 대천덕 신부를 기념하며 그의 생애와 사상을 돌아보는 학술세미나가 14일 양재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에서 열렸다.
첫 발제자 박명수 교수(서울신대)는 "대천덕 신부의 사역과 복음주의 신앙"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대천덕 신부의 삶을 결정하는 두 가지 중요한 것은 바로 성서의 권위와 성령의 체험"이라며 "이것은 요한 웨슬리의 경우와 비슷한 것으로, 웨슬리는 신앙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축이 바로 성경과 경험이라고 봤는데, 이것은 영미 기독교의 중요한 특징이며 대륙의 기독교와는 구분되는 것"이라 했다.
이는 "기독교는 단지 성경의 내용을 머릿속에서 반복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오히려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으로, 박 교수는 "바로 이점이 오늘의 예수원을 만들었다"고 이야기 했다.
박 교수는 "대천덕에 있어서 성서의 권위는 단지 조직신학의 첫 부분에 나오는 첫 장이 아닌, 성서의 권위는 다른 어떤 것에도 바꿀 수 없는 구체적인 것"이라며 "그는 실제로 성서에 인류 모든 문제에 대한 대답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루터는 성경의 권위를 칭의와 관련해서는 강조하지만 교회제도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침례교는 세례의 형식에 관해서는 강조하지만 성령의 역사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오순절파는 은사에 대해서는 강조하지만 물질의 청빈에 대해서는 침묵했지만, 대천덕은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성서의 권위를 그대로 인정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박 교수는 대천덕 신부에게 "성경에 있는 대로 낙태는 불법이며, 재물은 일만 악의 뿌리이고, 남녀는 각각 하나님이 주신 영역이 있고,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며, 해방은 무엇보다도 영적인 해방이 우선"이라며 "이런 대천덕의 사상은 전통적인 보수와 진보를 뛰어 넘는다"고 했다. 낙태, 여성, 영적 구원 등을 말할 때 그는 분명히 보수주의적인 사람들과 맥을 같이 하지만, 청빈, 토지와 같은 문제를 이야기 할 때 우리는 그의 주장 가운데서 매우 급진적인 주장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 부분에서 우리는 대천덕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를 배울 수 있는데, 그것은 성서가 보수-진보의 틀을 뛰어 넘는다는 것"이라며 "성서적 기독교는 때로는 양 진영을 곤혹스럽게 할 수 있기에 이런 점에서 대천덕의 주장은 한국 기독교에 새로운 도전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김동수 박사(평택대)는 "대천덕 신부의 성령론: 그 특징과 공헌"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대천덕 신부의 성령론에 대해 "그 특징은 한 마디로 코이노니아를 성령 사역의 중심에 놓은 것이며, 공헌은 성령충만이라는 용어를 누가-행전에 나타난 단어 용법에 따라 ‘성령충분’과 ‘성령충만’으로 나눈 것"이라며 "대 신부는 이것을 학문적 방식으로 주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주장은 현대 조직신학과 신약학에서 학문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 평했다.
그러나 김 박사는 "대 신부 성령론의 공헌의 영역은 신학 학문 분야에서보다 목회와 선교 사역 현장에서"라고 말하고, "치적으로 좌파와 우파가 항상 대립하듯이, 성령론에 관해서 개혁주의와 오순절주의 성령론 사이에 오랜 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대천덕 신부의 코이노니아 성령론, 성령의 사역에서 성령충만과 성령충분을 구분하는 것은 성령론과 관계해서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진정으로 코이노니아를 이룰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 준 것"이라며 "일례로 최근에 성령론과 관계해서 대립하던 총회에서 화해의 코이노니아를 제안한 박영선의 성령론은 바로 대천덕 신부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했다.
그는 "이렇게 성령의 사역을 통해 화해와 진정한 크리스천의 교제를 나누는 것, 그것이 대천덕 신부가 꿈꾸었던 성서적 교회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전강수 박사(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는 "대천덕 신부의 경제사상"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한국에서 불평등 해소의 첫걸음은 부동산 불로소득의 차단 및 환수에서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고, "희년법과 헨리 조지의 경제사상, 그리고 그 둘을 종합한 대천덕 신부의 경제사상 속에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철학과 원리가 오롯이 들어 있다"면서 "온전한 복음을 버리고 소비자 주권 신앙을 받아들인 까닭에 마치 땅에 버려진 소금처럼 밟히고 있는 한국의 개신교회가 회복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도 거기서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발제자들의 논찬자로는 벤 토레이 신부가 수고했다. 또 예수원은 같은날 저녁 같은 장소에서 셈의장막, 이무하, 박광식, 송정미, 생명의강학교 합창단, 신상원, 천예나, 송영탁, 신상준, 서울모테트 합창단 등을 초청, 예수원 50주년을 기념하는 "감사해요"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